[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 자산운용 업계에 일본은행(BOJ) 맞춤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연이어 출시돼 주목된다.
15조엔 규모의 플레인 바닐라 형 ETF 시장에서 BOJ가 이미 50% 이상의 물량을 사들인 데 따라 월 320억엔 규모로 ETF 매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신상품 공급이 필수적인 상황을 직시, 자산운용사들이 발빠른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18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이번주 일본 자산운용업계에 직원 임금 인상과 자본 투자 확대에 나선 기업을 집중적으로 편입하는 ETF 상품이 세 건 출시될 예정이다.
상품 콘셉트는 20년에 걸친 디플레이션 탈피와 기업 투자 활성화에 중점을 둔 이른바 아베노믹스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들 ETF는 BOJ의 매입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기존의 ETF 시장이 BOJ의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의 한도를 채운 만큼 정책 기조에 상응하는 상품을 출시해 부양책을 측면 지원하는 한편 상품 판매를 신장시킨다는 복안이다.
노무라의 시오타 마코토 ETF 마케팅 헤드는 관련 ETF에 대해 FT와 인터뷰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관심을 끌기 어려운 상품이지만 BOJ가 매크로 경제 측면에서 임금 상승과 자본 투자 확대, 민간 소비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겨냥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OJ가 사들일 수 있는 특정 ETF의 물량은 50%로 제한돼 있어 정책자들이 한도까지 상품을 매입한다 하더라도 나머지는 시장에서 소화돼야 한다.
자산운용사들은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 투자자들이 BOJ와 함께 이들 ETF의 매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BOJ 맞춤형 ETF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BOJ가 QE 프로그램에 따라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면서 ETF 시장의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점차 고조되는 상황에 새로운 상품의 공급으로 이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새롭게 출시되는 ETF가 실제 일본 기업들의 임금 상승과 투자 확대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ETF의 수익률 측면에서도 커다란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자본 지출을 단행하는 기업의 경우 시장 대비 주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임금과 관련한 데이터가 투명하고 정기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새롭게 개발된 ETF의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스퍼 콜 위즈덤 트리 일본 대표는 FT와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BOJ는 자산운용사들 앞에 당근을 매달아 두고 이걸 먹으려면 무슨 짓이든 해 보라는 식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