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현대상선의 운명을 좌우할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최종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협상에 불참한 영국계 조디악이 "(미팅을 원하면) 영국으로 직접 오라"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협상 데드라인인 20일을 하루 앞두고 해외 2대 선주인 조디악이 사실상 용선료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현대상선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됐다.
19일 채권단 및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영국 조디악은 용선료 인하 협상 불참을 선언하면서 현대상선에게 (미팅을 원할 경우) 직접 영국 본사로 방문할 것을 요구했다. 조디악은 사전협상 과정에서도 현대상선측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디악은 현대상선에 총 6척의 컨테이너선을 대여 중인 2대 선주다. 2대 선주와의 협상이 불발될 경우 다른 해외 선주들과의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김충현 현대상선 최고재무관리자(CFO)와 현대상선이 협상을 위해 고용한 마크 워커 투자 자문(financial advisor) <사진=뉴스핌> |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디악이 불참 통보를 하면서 만나려면 영국으로 직접 오라고 했다"면서 "(조디악과의) 별도협상은 미정이고 해외 선사들과의 협상에서 답이 나오지 않으면 갈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18일 진행된 용선료 인하 협상장에는 그리스 다나오스·나비오스·캐피털십매니지먼트 3개 회사만이 등장했다. 애초 이번 협상에는 영국계 조디악과 싱가포르계 이스턴퍼시픽 등 5곳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스턴퍼시픽은 화상회의로만 협상에 임했고, 조디악은 불참했다.
산업은행은 협상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산은은 현대상선의 정상화 방안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선주들의 동참을 촉구했으나 선주사들과 용선료 인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협상에 참여한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은 "(용선료 인하를 단정하기) 어렵게 됐다"며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시사했다.
산은은 협상 자리에서 용선료 조정에 실패할 경우 채권단이 가질 수 있는 옵션이 극히 제한적이고, 용선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채무조정이 성사될 경우 채권단도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지원할 방침을 전달했다.
또한 산은은 용선료 인하 분의 절반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를 분할상환하는 방안을 선주들에게 제시했다. 하지만 선주들은 각 선주사별료 용선료 인하분이 차별화된 것에 불만을 제기하는 등 양측의 입장 차가 예상보다 컷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용선료 인하 협상의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당초 현대상선과 산은은 이날 컨테이너선사와 벌크선사 등 22개 해외 선주들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던 화상회의 형식의 컨퍼런스콜을 취소했다. 전날 4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 협상'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고 소득 없이 끝난 상황에서 컨퍼런스콜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용선료 협상시한 20일 넘길경우 법정관리 가능성
산업은행과 금융당국 역시 선주사들과 용선료 협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추가적인 논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분명히하고 있다.
정부가 정해 놓은 협상 최종 시한은 20일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정부는 계획대로 현대상선을 법정관리에 넣겠다는 방침이다. 데드라인인 20일까지 산은과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협상에서 일부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경우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결렬될 경우, 법정관리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데드라인(20일)까지 용선료 협상이 끝나야하고 협상 결과를 보고 아니면 원칙적으로 법정관리로 간다는 것이 우리의 스탠스"라면서 "지금은 추가 시간을 더 주겠다 안주겠다라고 말할 상황이 안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상당수의 해외 선사와 용선료 인하 협상을 완료하고 한 두군데 안됐는데 말미를 달라고 하면 법정관리로 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면서 "산은이 20일 경 용선료 협상 결과를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