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중국이 부실채권 위기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는 수 조 달러 규모에 달하는 부실채권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이란 은행신용분석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오토노머스 리처시의 샤를린 추 파트너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의견을 내고, 중국 금융시스템이 당장 마주한 최대 위기로 자산운용상품(WMP)으로 불리는 고위험 투자상품을 지목했다.
추 파트너는 앞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에서 은행담당 분석가로 활약했는데, 특히 대차대조표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중국 은행들에 수수료 등의 수입을 보장해주는 대표적 그림자금융인 WMP가 지난해 73%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WMP가 지난 2008년 장부에 잡히지 않아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금융위기의 촉매제가 됐던 SIV(특수목적 투자기구)와 같은 증권화 매개체와 유사하며, 이것이 중국의 금융 위기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공상은행의 경우 장부에 잡히는 부채 규모의 40% 정도에 달하는 금액이 장부에 잡히지 않는 부채라고 강조했다.
국가별 신용/GDP 갭 <출처=BIS/블룸버그 재인용> |
추 파트너는 중국의 총 신용 잔액 중 많으면 22%가 올 연말이면 부실해질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3월 말 중국 은행감독 당국이 밝힌 무수익여신(NPL) 비율이 1.75%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인 수치다. NPL은 부실대출과 부실지급보증을 합친 개념으로 금융기관이 회사에 빌려준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낮아진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그는 당장 금융위기나 급격한 중국 경기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신용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음에도 국내총생산 대비 신용비율(ratio of credit to GDP)이 매년 10~20%포인트씩 늘어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부채 과잉 등 중국 경제를 뒤덮은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기업들을 위한 수 조 달러 규모의 부실채권에 대한 포괄적 구제금융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 당국은 대규모 구제금융의 필요성을 아직 깨닫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며 부채 해결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얼마 전 인민일보가 부채 위험을 강조하고 정부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심각한 입장이라는 논평을 실은 것과 관련해서는 고무적이긴 하지만 실행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비관적 입장을 보였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