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고충을 서비스에 녹였습니다. 첫 아이라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체력적으로 힘이 들어 베이비시터를 쓰고 싶었어요. 문제는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거였죠. 그래서 이용 후기나 돌봄 일기 데이터로 검증된 베이비시터를 엄마들과 연결하는 플랫폼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24개월차 엄마 조우리씨는 준비 중인 창업 아이템을 이 같이 소개했다. 떨리는 목소리와 눈빛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조씨는 보안 솔루션 회사에서 6년간 일하다 출산과 함께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개발자 경력을 살리되 육아에서 느꼈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꿈꾸게 됐다.
2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 서울에는 조씨같은 예비 창업가 30여명이 모였다. 지난 3월30일부터 9주간 구글 캠퍼스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이수한 이들이다. 엄마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선 아이디어 구상부터 제품 개발, 마케팅 등 창업 준비에 필요한 실전 교육을 진행했다.
2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 서울에선 엄마를 위한 캠퍼스 2기 데모데이가 진행됐다. <사진=구글 캠퍼스 서울> |
엄마들이 모인 만큼 발표 내용에는 육아 중 부딪혔던 고민들이 녹아있었다. 유아용 화장품 판매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선영씨도 그 중 하나다. 엄마의 화장품을 쓰고 싶어하는 딸을 보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안전하면서도 아이의 취향을 저격한 전용 화장품을 선보이자는 것. LG생활건강, 로레알코리아 등 화장품 회사에서 글로벌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던 경력도 살릴 수 있는 길이었다.
이씨는 "유아용 화장품 시장이 커지면서 대기업들도 기존 제품군에 베이비 라인을 늘리고 있다"면서 "안전한 유기농 원료에 캐릭터 디자인을 적용해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제품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한 발표장에선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는 아이가 놀 수 있는 공간과 돌봄 서비스가 제공됐다. 육아로 짬을 내기 힘든 여성들을 배려한 것. 참가자들은 발표를 마치고 우는 아이를 달래거나 수유를 하며 틈틈이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조씨는 "지난 9주 동안에도 아이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불안감을 덜 수 있었다"면서 "동시에 창업 전문가들의 경험이 담긴 조언을 듣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2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 서울에선 엄마를 위한 캠퍼스 2기 데모데이가 진행됐다. <사진=구글 캠퍼스 서울> |
교육 이수 중 다른 참가자들과 네트워킹할 수 있었던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정보기술(IT) 컨설팅 업체에서 10년간 근무하다 지난 2월 퇴사한 이은영씨는 "주위에 창업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꽤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따로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발표 후에는 선배 창업가와 스타트업 투자사의 조언이 이어졌다. 서비스 타겟층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실제 시장 상황은 어떤지,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날카로운 지적이 오갔다.
멘토로 참여한 배기홍 스트롱벤처스 대표는 "실제로 투자를 진행했던 스타트업과 비슷한 수준의 아이템들을 들고 나와 깜짝 놀랐다"며 "몸으로 부딪힌 경험을 녹인 만큼 이용자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런던, 마드리드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엄마를 위한 캠퍼스에는 지금까지 500여명이 참여했다. 한국에선 지난 7월 1기를 출범하며 첫 걸음을 뗐다. 1기를 졸업한 22명 중 70%가 현재에도 창업을 진행 중이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