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8일부터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회사채 매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채권시장은 이미 이에 따른 파장으로 들썩이고 있다. 국채에 이어 마이너스 수익률이 회사채 시장으로 확산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회사채의 투자 매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번지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로존 본부 <출처=블룸버그통신> |
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서브 제로’에 거래되는 회사채가 360억달러를 넘어섰다. ECB의 매입을 겨냥, 투자자들이 선제적인 베팅에 나서면서 단기물 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수익률이 가파르게 떨어진 결과다.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회사채는 유럽 기업에 제한되지 않는다. 존슨 앤 존슨과 제너럴 일렉트릭(GE), 필립 모리스 등 미국 기업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ECB의 회사채 매입 대상에 해외 우량 기업이 발행한 채권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아직 발행 금리가 0% 아래로 떨어진 회사채 사례는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에 발행하는 회사채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프랑스 제약사인 사노피와 소비재 대기업 유니레버가 쿠폰금리 0%에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서브 제로’ 발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신용 등급이 우량한 회사채 가운데 만기가 짧은 물량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날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수익률 하락에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ECB의 매입에 채권 가격이 상승, 자본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바나비 마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신용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채권 딜러들은 0% 또는 마이너스 수익률에 기꺼이 채권을 매입한다”며 “ECB의 매수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유럽 회사채의 국채 대비 수익률 스프레드는 대폭 축소됐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만기 3년 이내인 유럽 회사채의 평균 수익률이 지난 1일 0.38%까지 하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 별도로 일부 투자자들은 유럽과 일본에 비해 미국 기업들의 회사채가 상대적인 매력을 발산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수익률이 현격하게 높기 때문이다.
미국 회사채의 평균 수익률은 3%를 웃돌고 있다. 일본과 독일 채권 전체 물량 가운데 약 75%가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실제로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회사채 보유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외국인 비중은 35%까지 상승, 10년 전 25%에서 가파르게 늘어났고 증가 추이를 지속하고 있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ECB의 회사채 매입으로 인해 시장 변동성과 스프레드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