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일본 정부의 소비세 연기를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중앙은행과 정부가 두 번이나 입장을 번복한 데 대해 당국의 정책 신뢰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3일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일본 정책 당국이 중요한 경제 정책과 관련, 입장을 선회한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면서 때문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아베 신조 총리의 개혁 태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좌)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우)아베 신조 일본 총리 |
통신에 따르면 BOJ는 올해 통화 정책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지난 1월에 도입한 마이너스금리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BOJ는 1월 29일 금융정책결정 회의에서 일부 당좌 예금에 마이너스금리를 적용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구로다는 8일 전까지 만해도 "마이너스금리 도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를 부정했다. 때문에 구로다 총재는 의도적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며 시장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아베 총리의 소비세 인상(8%→10%) 연기도 마찬가지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전부터 소비세 인상을 약속된 시점(2017년 4월)에 올리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증세를 하면 경기에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인상 시점을 2년 반 뒤로 미뤘다.
이에 대해 일본 주오 대학교의 스티븐 리드 정치학과 교수는 "소비세 인상 연기 결정으로 아베 총리의 신뢰성에 상처가 났다"면서 "두 번 연기하면 정말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와 구로다 총재의 계속된 입장 번복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일제히 경고했다. 실제 소비세 인상 연기가 발표된 이후 일본 증시는 2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HSBC의 데바리에 이즈미 이코노미스트는 "상당한 혼란이 있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시행하고 또 불가피하다는 걸 인정하면서, 재정과 통화정책에 최선을 다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 상황에 따라 정책을 변경하는 건 현명한 태도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캐피탈이코노믹스의 마르셀 디리안트 일본 이코노미스트는 "기존의 약속에 충실하는 것" 보다 "신뢰성 위험을 감수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