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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김병원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을 ‘대기업 총수’로 불러야 한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은 각각 대기업 자(子)회사와 손자(孫子)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9일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농협을 지정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계열사 45개사가 모두 포함됐고, 대기업집단 순위로는 한화, 현대중공업에 이어 13위다.
농협은 농민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설립된 자치조직으로 상호순환출자 금지를 목적으로 지정하는 대기업집단과는 거리가 멀다. 농협은 2012년 신경(신용사업과 경제사업)분리로 농협금융지주사가 중앙회에서 분리되면서, 금융 사기업이 생기자 대기업집단에 분류됐다. 이후 우리투자증권 인수 등으로 계열사가 늘어나며 대기업집단 순위도 상승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농협의 대기업집단 제외) 검토는 했지만 공기업집단과 다르고 공기업과 같은 감독수단도 농협에 대해서는 없는데다 사기업 성격의 영리법인과 계열사가 많은 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농협은 이번만큼은 대기업집단에서 빠지기를 기대했다. 내년 2월 경제사업이 중앙회에서 분리되기 때문이다. 이래야만 농협금융도 금융사업 독자경영이 가능하다.
경제사업은 영농자재(비료, 농약, 농기계 등), 농수산물 도소매 유통 및 판매 등을 말한다. 흔히 볼수 있는 농협하나로마트, 농협홍삼, 농협목우촌 등이 이런 사업이다. 그런데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출자제한 등 제한을 받는다.
우선 중소기업법과 중견기업법에 따라 대기업집단 소속회사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범위에서 제외된다. 농수산식품투자조합법에 의해 일부 농림수산식품경영체(농어업법인 등)의 범위 및 투자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쉽게 말해 하나로마트 등 농협의 유통 자회사는 롯데마트처럼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영업시간을 제한 받는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 사업구조개편의 당초 목적인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대기업 집단에 묶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농협의 경제사업분리가 원활하지 못하면, 농협금융의 독자경영에도 영향을 준다. 2011년 농협신용사업을 분리해 농협금융지주를 설립한 목적도 경제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도 5조원을 출자해줬다.
농협금융은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의 규제를 동시에 받는다. 여기에 대기업집단 규제까지 ‘삼중규제’를 받는 셈이다. 농협은행, NH투자증권, NH캐피탈, NH농협생명 등 금융계열사의 모든 지분이 특정 PEF(사모펀드)의 지분 30% 이상 출자하면 비금융주력자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 상의 지분 투자는 불가능하다. 반면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가능하다. 대기업집단에 은행은 한곳도 없다.
농협은 손을 놓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이 딱히 대기업집단에 관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농협중앙회에 대한 규제 완화 취지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으로 계열사간 의결권 행사에는 제한이 없다. 대규모 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대규모기업집단 공시 등 공시의무도 면제된다. 그러나 출자제한 등 사업적인 면에서는 대기업집단에 준해 규제를 받는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