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정부가 법인세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내리고 있는 현실과 맞지 않고, 투자 유치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재부 세제실 고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다 법인세를 내리고 있다"며 "세계적 추세인데, 우리만 거꾸로 가는 건 상당히 우습게 보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법인세 인상 주장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법인세 인상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세수 확보를 위해 법인세율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는 과거 이명박정부가 25%에서 22%로 내린 것을 다시 환원하자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 법인세율을 현행보다 3%포인트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이고, 국민의당에서는 김동철 의원이 이미 과세 표준 2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25%로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기업의 투자 위축 등을 우려해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을 그리 탐탐치않게 여기고 있다. 이들은 특히, 전 세계적으로도 법인세율을 내리고 있는 추세라는 것을 강조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의 정상수준 추정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최고 법인세율(지방세 포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 기준 1998년 34.6%에서 2014년 25%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OECD 34개국에 중국, 홍콩, 싱가폴, 대만 등 아시아 4개국을 포함한 38개국 평균으로는 1998년 33.6%에서 2014년 현재 24.3%까지 내렸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98년 30.8%에서 2014년 24.2%까지 단계적으로 하락한 상태다.
세제실 고위 관계자는 "중간에 한 두 나라 올린 데 있는데, 그리스나 아이슬란드 같은 거의 재정이 파탄나 망할 정도 된 나라들이다"면서 "우리나라가 그 정도도 아닌데 평시에 그런다는 거는 국제적으로도 아주 특이하게 가는 것으로, 사실 힘들다"고 했다.
한편 법인세 인하에 따른 투자 증대 효과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연구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4년 11월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율 2%p 인상 시, 연평균 투자 0.96%, GDP 0.33%, 소비자물가 0.12%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법인세율 인상이 소득재분배 효과도 없이 경제의 효율성만 악화시킨다"며 "법인세율을 인하해 투자 확대를 불러오고, 이는 다시 산업경쟁력 강화, 성장률 제고, 세입기반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동훈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8월 한국산업경제학회를 통해 발표한 '법인세가 기업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법인세 부담 완화가 기업의 설비투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밝혔다.
그는 "법인세 부담을 나타내는 유효법인세율은 유형자산증가율에 비유의적인 부(-)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결과는 법인세 인하를 통해 설비투자를 촉진하려는 조세정책의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재부 세제실 고위 관계자는 "투자 결정 요인을 법인세 하나로 설명하긴 무리고, (기업의 투자 증가에는 법인세 외에)다른 요인들이 훨씬 크게 작용한다"며 "(법인세율 같은)이런 부분은 시그널 효과인데, 즉 외국에 나가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좋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