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봄이 기자] 소비자 집단소송제와 관련해 한국형 ‘전자증거개시제도(E-디스커버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증거개시제도는 소송 당사자가 소송과 관계된 정보를 획득하고 보전하기 위해 서로 정보와 문서 등을 교환하는 절차를 말한다.
이혁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은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정책 토론회에서 이 같이 주장하며, “정보의 비대칭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 협상력 차이를 시정하기 위한 ‘정보 공개’의 큰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소비자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제 쟁점과 도입방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 전문위원은 "(집단소송제에서) 결국 입증 책임의 문제가 생긴다. 소비자들은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고 인과관계를 제시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면서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불리한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E디스커버리를 한국식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증거개시의 허용과 제한에 대해 법원에 넓은 재량권을 부여, 증거 방법을 제한하지 않고 ‘전자적 자료’ 개념을 적극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오른쪽) 공동대표, 박지원(왼쪽) 원내대표, 채이배(왼쪽 두번째)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소비자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쟁점과 방향' 토론회에서 박수치고 있다.<사진=뉴시스> |
세미나에 참석한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대표는 “검찰이 애경 등에서 사용한 CIMT/MIT 성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았는데, 수사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면서 “가해 기업들이 피해자를 대하는 모습에는 조금의 반성도 없고 여전히 이 문제가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이 무서워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이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기 때문에 국회에서 압력을 가해 사회적 노력을 함께 해주길 바란다. 계속 견디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우리나라에 집단소송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피해가 특정되면 당사자가 소송을 하는 일종의 집단 소송은 진행되고 있다”면서 “현재 진행하려는 것은 미국식인 옵트아웃(Opt-out) 방식으로 잠재적 피해자들에까지 소송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연구실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소송이며 남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남용이 한번 발생하면 그여파가 엄청날 것”이라며 “(그렇다고) 남용을 막기 위해 소송여건을 엄격히 하면 활용이 안 되고, 둘 중에 선택해야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진퇴양란”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현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해 언급하며 “징벌적 손배제의 가장 큰 기능은 제재와 억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해자가 법위반행위로 얻는 이익보다 제재로 인한 비용이 더 크면 법위반행위를 자제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같은 사건을 대부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세미나 축사를 위해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범죄 예방을 위해) 유일한 선택은 일벌백계하는 것”이라며 “손해배상 액수를 크게 잡아 놓으면 범죄회사가 그런 선택을 하기보다는 다른 방법 찾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적극 검토하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장봄이 기자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