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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해외 진출? 일본에 환헤지된 원화채 팔 수 있는가"

기사등록 : 2016-06-2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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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자율시장 1세대 트레이더’ 손석규 전 HSBC 한국 총괄

[뉴스핌=김선엽 기자] "일본 연금이 원화 채권을 최근에 조금씩 산다고 합니다. 단순히 현물(스팟) 채권을 환헤지 없이 삽니다. 우리가 환헤지를 해서 구조화 채권을 만들어서 고객의 니즈(수요)에 맞는 상품을 제시할 수 있어야죠." 

2013년까지 HSBC 이자율데스크 한국 총괄을 담당하고 이후 작년까지 NH투자증권 FICC본부장을 지낸, 이자율시장 1세대 트레이더인 손석규씨. 그가 최근 자신의 트레이딩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책 '스왑 선물 채권 트레이딩'을 내놨다. 

손 전 본부장은 국내 증권사가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려면, 포워드(선물환 거래)와 멀티커런싱(이종 통화간 거래)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시장을 상대로 우리 금융기관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기 위한 선결 조건이란 의미다. 

손석규 전 HSBC 한국 총괄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유럽 투자자를 만나서 '한국에 주가연계증권(ELS)이 있는데 유로화로 투자해 볼래?'라고 말할 수 있어야 전 세계가 나의 손님이죠. BNP파리바, HSBC가 한국에 와서 주택담보대출 상품까지 다 받아내지 않습니까. 전 세계를 우리의 마당으로 삼을 수 있는 기본이 포워드와 멀티커런시"라고 말했다. 

반대로 해외 상품을 국내 투자자에게 팔 때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국채는 일 년에 두 번 이자가 떨어지죠. 그것을 달러로 환전하고 다시 원화로 바꿔서 고객에게 줍니다. '커런시 오픈'입니다. 환율에 따라 고객의 수익률이 달라지죠. 증권사는 단순히 '금리가 이렇게 높다'가 아니라 환 위험을 제거하고 원화로 수익을 락인(Lock-in, 고정)한다고 할 때 얼마를 줄 수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내 금융기관의 선진화·글로벌화에 대한 그의 애착은 20년 딜링 경험에서 비롯된다. KDB산업은행 행원이던 1997년, 그가 뉴욕지점 딜링룸 세팅을 끝내자마자 한국에 외환위기가 도래했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뉴욕 지점에 나와 여러 차례 감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들은 한국의 금융이 후진적이어서 국가 위기가 생겼다고 본 것이죠. 당시 어린 마음에 '글로벌 시스템에 늦게 적응을 하는 바람에 우리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구나' 했습니다."

2008년을 전후로 해서는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급락하면서 외국계은행의 서울지점들은 수년에 걸쳐 어마어마한 차익거래(아비트리지) 기회를 얻었다. 한 때는 그 규모가 570bp(100bp=1%포인트)까지 이르렀다. 외국계 은행이 국내 금융기관에 비해 싸게 달러를 조달할 수 있었던 덕분에 그들이 아무런 위험을 지지 않으면서 막대한 이익을 누린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IB의 거래 상대방이 되는 능력을 향상시켜야 좋은 프라이싱(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한 부분도 있다. 예컨대 증권사의 ELS 관련 리스크 관리도 그 중 하나다. 

ELS를 발행하는 국내 증권사는 글로벌IB를 통해 백투백헤지(Back-to-Back)를 시도하는데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쏠림'이 심하다보니 가격 측면에서 손해를 본다는 것이 손 전 본부장의 판단이다. 

"외국계 IB가 볼 때 ELS 발행과 관련해 찾아오는 한국 금융기관은 (헤지의) 방향이 모두 하나다"라며 "그러니 상대방이 가격을 후려치고 국내사는 불리한 게임을 하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증권사가 국내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해외 다양한 고객에게 원화 상품을 팔기 위해선 우리 금융시스템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니어 직원들이 하루라도 빨리 글로벌 수준의 트레이딩 능력을 갖추기를 그는 희망한다. 그가 자신의 비기(祕記)를 담은 서적을 출간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제가 20년 동안 기록한 노트에서 엑기스만 뽑은 것입니다. 데스크가 아들을 앉혀놓고 비법을 전수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선배들이 10년, 20년 걸린 것을 정리했으니 6개월 만에 배워서 외국계 은행을 이기고 국민들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해 주기를 바라는 거죠."

 ◆ 손석규 전 HSBC 한국 총괄 약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한국산업은행 외화자금실, 금융공학실
한국산업은행 뉴욕지점
Salomon Smith Barney Seoul, Head of Korean Fixed Income Trading
Citi Bank Seoul
HSBC Seoul, Head of Interest Rate Trading
NH농협증권, 상품운용본부장
NH투자증권, FICC 운용본부장
금융연수원 강의
한국거래소 채권시장발전위원회 위원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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