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NHN엔터테인먼트(이하 NHN엔터)가 잇단 악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지만 비용 감소 효과였다는 점에서 ‘반짝 실적개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2분기 실적은 다시 뒷걸음질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비용 증가를 상쇄할 신사업 성과도 물음표에 그치고 있다. 간편 결제 서비스가 부진한 가운데 관계사에 대한 투자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사에서 종합 IT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이준호 NHN엔터 이사회 의장의 구상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실적개선 축포는 이르다"…마케팅비 증가가 다시 발목
<CI=NHN엔터> |
NHN엔터는 올 1분기 매출액 2036억원, 영업이익 9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내내 적자에 허덕이다 5분기 만에 흑자를 낸 것.
그러나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르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반응이다. 일시적인 비용 감소가 가져온 효과였기 때문이다.
이 기간 회사는 매출액이 전 분기보다 6% 줄고도 영업익을 냈다. 벌어들인 돈은 소폭 감소했지만 비용이 더 줄어 이익을 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영업비용은 전 분기 대비 15% 줄어든 194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페이코 마케팅비로는 121억원 감소한 52억원을 썼다.
이경일 바로투자증권 연구원은 "페이코 관련 마케팅 비용의 일시적인 급감이 흑자 전환의 주된 요인"이라며 "페이코를 통한 광고사업 확대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불확실성은 상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2분기에는 페이코 마케팅비가 다시 늘면서 영업익은 전 분기 대비 감소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NHN엔터가 전 분기 보다 3% 늘어난 2107억원의 매출액과 절반 가까이 줄어든 4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기준 흑자를 기록하는 것이 수월치 않다는 예상도 나온다. 일시적으로 줄인 비용이 추후 반영되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1분기 흑자전환에도 올해 영업익 전망치를 흑자에서 적자로 변경했다"며 "출시될 게임이 늘어나고 페이코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경우 마케팅비가 큰 폭으로 늘어날 개연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 신사업 성과 지지부진…'계륵'된 페이코
신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불안 요인이다. NHN엔터는 웹보드 게임 규제로 관련 매출이 쪼그라들면서 2014년부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간편 결제 페이코를 앞세운 전자상거래 사업이 대표적이다.
출시 1년 가까이 된 페이코는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도 경쟁 서비스에 한참 뒤처진 상황이다. NHN엔터는 페이코와 시너지를 위해 벅스뮤직(1060억원), 한국사이버결제(641억원), 티켓링크(140억원), 티몬(475억원) 등에 굵직한 투자를 진행한 것에 이어 지난해 500억원의 마케팅비를 페이코에 지출한 바 있다.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코 <사진=NHN엔터> |
올 4월까지 페이코 가입자는 500만명으로 최근 1000만명을 돌파한 카카오페이의 절반 수준이다. 가입자 1600만명을 넘긴 네이버페이와도 격차가 크다. 포털, 메신저 등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에 결제를 붙이는 경쟁사와 비교해 차별화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선점이 중요한 시장에서 초반 승기를 놓쳐 격차를 줄이기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간편 결제 외에 비게임 사업의 성과도 지지부진하다. NHN엔터의 지난 1분기 관계사 투자이익은 14억원을 기록했지만 투자손실 역시 39억원을 냈다. 다양한 지분 투자에도 관계사로부터 수확이 제한적인 것.
신사업이 제 몫을 못하면서 이 의장이 내세운 청사진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간편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자상거래와 광고 사업을 키우겠다는 그림이지만 아직 기반도 닦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IT 업계 종사자는 "페이코의 경우 이미 많은 투자금을 들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 신세가 됐다"면서 "기업 정체성 변화를 내세웠지만 신사업 비용 감소와 게임 사업 호조로 실적이 좋아진 것이 NHN엔터의 현 상황"이라고 말했다.
NHN엔터 관계자는 "결제 데이터를 광고 플랫폼에 활용하려면 실제 결제 경험이 많이 쌓여야 한다"면서 "지난해에 페이코 브랜드 알리기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실제 결제로 이어지도록 충성 고객 확보에 마케팅비를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