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고은 기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외국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뺏기 위해 특허권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미국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웨이, ZTE, 레노버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공격적으로 특허 취득에 나서면서 애플과 삼성 등 스마트폰 1위 업계의 시장 지배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를 필두로 ZTE, 레노버 등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특허 계약 뿐만 아니라 인수합병과 R&D투자 등의 방법으로 특허권을 대거 취득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의 특허협력조약(PCT)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화웨이 특허출원 건수는 3898건으로, 같은 기간 삼성의 특허출원건수 1683건을 두 배 이상 앞지른다. 그 외 미국 퀄컴 2442건, 중국 ZTE 2155건, 한국 LG전자 1457건, 일본 소니 1381건으로 중국 업체의 특허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임을 알 수 있다.
2015년 PCT 특허출원 상위업체 현황 <자료=WIPO> |
WSJ는 "특허권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지형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성과 애플이 헤쳐나가야하는 중국 시장은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당국이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자국의 규칙을 따르도록 압박할 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달 베이징시 지적재산권국은 무명의 중국의 스타트업 스마트폰 제조사 '바이리'의 디자인 특허권 침해 제소를 받아들여 애플 아이폰6와 6플러스 제품의 판매 중단을 명령했다. 애플은 이에 대해 항소한 상태다. 애플은 이 같은 제소가 중국의 정치적 풍조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여전히 화웨이와 같은 중국의 경쟁사들은 애플과 삼성을 상대로 대결하기 위해 특허 권리를 쌓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와 삼성·애플간 특허 분쟁은 중국대륙 안팎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5년 내에 삼성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 화웨이는 지난달 삼성전자가 자사의 모바일 특허 11건을 침해했다며 미국 법원에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제조사가 시장 선두기업에 제기한 첫 번째 주요 법정공방으로, 중국 기업들이 특허권 침해 소송을 당한다는 기존의 관념을 뒤집은 것이다.
영국 로펌 알렌앤오베리의 벤자민 바이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이 중국 밖에서 특허권을 쌓아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면서 "특허와 기술을 둘러싼 소송과 거래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