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경 기자] 중국 최대 IT 기업 텐센트가 글로벌 게임사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 대표 게임 타이틀을 확보하며 콘텐츠 영향력을 전세계에 떨치는 모습이다.
22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텐센트는 핀란드 게임 개발사 슈퍼셀을 약 9조9000억원에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퍼셀 기업가치의 2배에 달하는 규모로, 텐센트의 역대 인수합병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텐센트는 슈퍼셀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지분 73%와 나머지 임직원이 보유한 주식 전량을 사들였다.
텐센트는 2010년을 기점으로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해외 투자에 눈을 돌려왔다. '리그오브레전드'의 개발사 라이엇게임즈의 지분 전략을 매수하는 등 미국, 유럽, 일본 등 게임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벤처투자회사를 통한 국내 투자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010년 스튜디오 혼, 탑픽, 레드덕 등 7개 국내 중소 게임 개발사에 약 185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이후 지금까지 50개 이상 국내 게임사에 투자했다. 전도유망한 초기 개발사에 대한 투자에 나서 중국에 진출시킬 게임 개발을 지원하는 적극성을 띈 모습이었다.
본격적으로 국내 게임사에 대한 대규모 직접 투자가 이뤄진 것은 2014년부터다. 넷마블게임즈, 파티게임즈, 네시사십삼분(이하 4:33) 등에 수백억~수천억원 규모로 지분 투자를 했다.
특히 중국자본의 투자소식이 알려지면 업체의 주가상승이 상대적으로 뚜렷해지기도 했다. 파티게임즈가 대표적인 예다. 텐센트는 파티게임즈가 기업공개(IPO) 하기 전에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주가는 중국 진출 기대효과로 상장 시초가보다 137%가량 상승하기도 했다.
해외 기업 투자 초기에는 중국에 퍼블리싱할 타이틀 확보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텐센트는 수많은 중국 중소기업 중 하나로 인식돼 선뜻 게임 퍼블리싱 계약을 맺으려는 업체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게임 매출 전세계 1위인 텐센트에 게임을 내놓으려는 개발사가 줄 서서 기다리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자사 중국 채널에서 유통한 게임을 역으로 해외 시장에 내놓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지 게임업체의 시장 경험과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1인칭 슈팅 게임(FPS) '전민돌격'이 대표적인 예다.
텐센트는 지난 2015년 4월 인수한 글루모바일과 함께 전민돌격의 미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넷마블과 '백발백중'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는 중이다. 일본에는 에이밍이 일본시장 진출을 돕는다. 현지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파티게임즈가 오는 7월에 출시하는 아이러브니키 또한 비슷한 사례다. 중국에서 '기적난난’으로 서비스 중인 이 게임은 여성 게이머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아이러브파스타' 등 여성향 게임을 출시해온 파티게임즈가 가진 색깔과 경험을 녹여 한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심산이다.
중국 게임의 해외 진출 사례가 눈에 띄면서 중국 진출을 노리는 게임사들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정도다. 최근 들어 텐센트를 통한 한국 게임의 중국 출시가 무산되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다. 비공개베타테스트(CBT)를 거쳐 지난해 3분기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파티게임즈의 '전민찬청(아이러브파스타 중국버전)'는 정식 출시일을 '무기한'으로 미뤄둔 상태다. 4:33 또한 텐센트를 통한 '블레이드'의 퍼블리싱 계약을 해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성공이 입증된 IP(지식재사권)아니면 판권이나 퍼블리싱 계약을 맺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며 "굵직한 게임사의 잇따른 인수로 게임에 대한 눈이 높아졌고 제도의 장벽 때문에 해외 게임사의 중국 게임 진출이 어려워진 것도 영향"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경 기자 (soph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