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태양광 패널 제조사 솔라시티 인수 계획을 밝힌 뒤 투자자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22일(미국 현지시각) 테슬라가 최대 28억달러를 들여 매입하겠다고 밝힌 솔라시티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이 사촌인 린든 라이브와 피터 라이브를 도와 설립한 회사로 머스크가 최대 주주로 있는 업체다.
지난해 테슬라 에너지 런칭에 이어 에너지 관련 사업에 역량을 쏟고 있는 테슬라가 밝힌 솔라시티 인수 이유는 청정에너지 제품을 제공하는 세계 유일의 수직적 통합 에너지 회사가 되기 위함이다.
하지만 모델3 생산과 기가팩토리 배터리공장 설립 등으로 이미 재정적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는 테슬라가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솔라시티까지 거둬들이는 것이 무리한 결정이라는 게 투자자들의 입장이다.
◆ “최악의 결정” 비판수위 고조
월가 안팎에서는 솔라시티 인수가 머스크 회장에게나 유리한 결정이지 테슬라 투자자들에게는 결코 득 될 것이 없는 최악의 옵션이라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투자전문매체 배런스(Barron’s)는 지난 1년 간 주가가 60% 넘게 빠진 솔라시티 입장에서야 테슬라 인수가 반갑겠지만 모델3 생산관련 자금 조달로 지난달 주가가 희석(dilution) 된 테슬라 주주들에게는 악재라고 강조했다.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존스는 인수가 마무리되면 주주들이 또 한번 주가희석을 겪어야 한다며 “현금을 태우고 손실만 늘리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시브리즈 파트너스 더글라스 카스는 이번 인수가 “(솔라시티의) 절박한 사정 때문에” 성사가 되겠지만 (투자자 입장서) 말은 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테슬라가 제안한 인수 가격이 이날 솔라시티 종가에 30%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긴 하나 여전히 작년 평균 수준을 한참 밑돈다는 점도 인수 의도를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다. 액시엄 캐피탈의 고든 존슨은 “테슬라가 솔라시티 가치를 진정으로 믿었다면 프리미엄을 왜 그것밖에 얹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짐 카노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최악의 사례”라고 말했다.
솔라시티 인수는 그간 테슬라의 에너지 사업에 지지 입장을 밝혀왔던 이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오펜하이머의 콜린 러스크는 “이번 결정이 테슬라 자본과 인력을 최선으로 활용한 사례라고 볼 수 없다”며 테슬라 투자의견을 하향했다.
◆ 성사 여부 속단 일러
테슬라의 솔라시티 인수는 양사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결정이 이뤄지게 된다.
투자자들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테슬라 주가가 10% 넘는 급락세를 보인 점에서 인수 결정이 무산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하지만 테슬라에 투자하고 있는 큰 손들은 찬성 의견을 보이고 있어 인수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테슬라의 뮤추얼 펀드 투자기관 중 액수로 2위(120억달러)를 기록하는 피델리티는 “테슬라 상품뿐만 아니라 경영 컨셉, 향후 파트너십 가능성 등을 모두 지지하고 있다”며 “솔라시티와 테슬라 간에도 긍정적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머스크는 양사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솔라시티 인수 과정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을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