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의 EU 탈퇴 결정에 따른 충격이 진정되는 가운데 신용시장이 가동을 재개하는 움직임이다.
브렉싵 충격으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고조, 우량 채권의 수익률이 하락한 데 따라 메가톤급 회사채 발행 여건이 오히려 개선됐다는 진단이다.
주요 통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2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맥주 회사 몰슨 쿠어스는 8억유로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전날 미국에서 53억달러의 회사채를 매각한 데 이어 유럽시장에서 자본 조달에 성공한 셈이다.
이와 함께 IT 업체 오라클과 의약품 처방 관리 업체인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등 다수의 업체가 달러화 표시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몰슨 쿠어스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밀러쿠어스 합병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브렉시트로 인해 패닉에 빠졌던 투자 심리가 일정 부분 개선된 데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국채 및 우량 회사채 수익률 하락이 신용시장 여건을 호조시켰다는 분석이다.
바클레이즈가 집계하는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수익률 지수는 최근 며칠 사이 2.11%에서 1.92%로 떨어졌다. 지수가 2% 아래로 밀린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댄 메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투자등급 신디케이트론 헤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최근 며칠 사이 회사채 시장 움직임은 투자등급에 대한 수요가 탄탄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이 밖에 4개 유럽 기업들이 브렉시트의 쓰나미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 회사채를 발행했다. 두 건의 엔화 표시 회사채와 한국 원화 및 노르웨이 크로나화 표시 채권 발행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 일 이내에 유럽을 중심으로 회사채 시장이 제 기능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유럽 채권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을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패닉에서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CB는 이달부터 투자등급 회사채를 월 800억유로 규모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큰 손’을 자처하고 나선 ECB의 유동성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에 따른 파장을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다.
몰슨 쿠어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만큼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부터 대기하고 있던 회사채 발행 물량이 최근 시장 공백을 해소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편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미국의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6940억달러로 집계, 지난해 같은 기간 7450억달러에 못 미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