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아베노믹스 출범 이후 엔화 약세와 일본 증시 상승 지지로 인기를 누리던 일본 증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에서 최근 가파른 매도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10일 자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에 상장된 대형 일본투자 상장주식펀드(ETF)인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MSCI 재팬 ETF (종목코드:EWJ)와 위즈덤트리 재팬 헤지 에쿼티 ETF(DXJ)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올해 100억달러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집계에 따르면 블랙록과 위즈덤트리 ETF의 자금 유출 규모는 1300여개의 미국 ETF 중 유출액 기준으로 5위 안에 꼽히는 수준이다.
DXJ(흰선)와 EWJ(파란선) 추이 <출처=블룸버그> |
올해 개별적으로는 DXJ에서 51억달러가, EWJ에서는 48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손실 기준으로는 환헤지를 하지 않은 EWJ가 올해 달러 대비 20%가 오른 엔화로 얻은 환차익 덕분에 손실폭이 4.5%에 그쳤고 DXJ는 25%의 손실을 기록했다.
미쓰비시UFJ 모간스탠리증권 전략가 후지타 노리히로는 “달러 기준으로는 낙폭이 덜하겠지만 일본 증시 급락을 뒤집지는 못한다”며 “헤지형 상품이든 아니든 관계 없이 일본 증시는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 속에서도 잘 버티던 일본 ETF가 올 들어 흔들리고 있는 데는 아베 정권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더 이상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실망감이 자리잡고 있다.
노던트러스트 수석 투자전략가 짐 맥도날드는 “일본 증시가 올해 주요 증시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것이 자금 유출의 가장 큰 이유”라며 “1월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택한 뒤 지난 6개월 동안 투자심리가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BOJ의 마이너스 금리 선택은 투자자들에게 일본 정책당국의 정책 아이디어가 바닥나기 시작했다는 일종의 경종이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기 둔화에서부터 유가 하락, 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 연이은 악재들에 발목이 잡힌 토픽스지수는 올 들어 22% 빠진 상태다. 낙폭으로는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94개 주요 증시 지수 중 두 번째로 부진한 성적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