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심지혜 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계획이 8개월 만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정부 승인의 첫 단계인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에서부터 불허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종 허가 여부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법,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심사한 후 내리지만 공정위 협의가 수반돼야 한다. 미래부는 공정위 결정으로 기업결합이 불가능해진 만큼 이후 심사를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18일 공정위는 기업결합으로 인한 경쟁제한적 우려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 취득계약 및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간 합병계약 이행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이동통신 소매시장 및 이동통신 도매시장 등 방송 및 통신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형태적 조치나 일부 자산 매각 등의 방법으로는 해결 불가능해 기업결합 자체를 막았다.
이번 결론은 앞서 공정위 사무처가 지난 4일 사업자들에게 전달한 심사보고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사보고서에는 CJ헬로비전이 케이블TV 사업 권역 23개 중 21개 구역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게 되면 시장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공정위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겠다는 목표 아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공정위를 설득하지 못하고 불허 결정을 받은 것에 유감"이라고 전했다.
CJ헬로비전 역시 "인수합병을 금지하는 공정위의 금번 심의 결과에 대하여는 존중하나 현재 케이블TV 산업이 처한 현실과 이로 인한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고려할 때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이형희 SK텔레콤 부사장,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 <사진=심지혜 기자> |
이러한 상황을 짐작이라도 한 듯 각 사업자들은 지난 15일 과천 청사에서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 참석 이후 굳은 표정으로 나와 "최선을 다했다"고만 했다. 지난해 인수합병 발표 당시만 해도 '불허' 판정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공정위 전원회의에는 SK텔레콤, CJ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 등 당사자들이 참여해 각 사별 입장과 공정위원들, 심사관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한 회의는 30분간의 정회 시간을 제외하고 약 5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약 6~7시 정도로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길어진 셈이다.
참석 사업자들에 따르면 위원들 질의의 주된 내용은 권역별 시장 획정 문제와 합병 후 요금 인상 여부, 결합상품의 시장 지배력 문제 등이다. 중간에는 KT, LG유플러스, SK텔레콤에 CJ헬로비전 주식을 매각하는 CJ오쇼핑의 입장 발표 시간도 각 10분씩 있었다.
회의 종료 후 이형희 SK텔레콤 사업총괄은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는 회의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는 "시간이 짧았다, 아쉽다"고 했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는 침묵으로만 일관했다.
앞으로 이들에게 남은 카드는 행정소송이다. 공정위 처분에 불복하면 앞으로 30일 내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이제 내부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경영정상화에 집중하겠다”며 “다각적인 방안으로 이후 대응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