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의 EU 탈퇴 결정 후 첫 통화정책 회의를 가진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른바 브렉시트에 따른 최종적인 영향을 판단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브렉시트가 유로존 경제에 하강 리스크라는 것이 분명하지만 현 시점에 그 강도와 폭을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출처=블룸버그> |
ECB는 영국과 EU 회원국의 협상 기간과 내용이 관건이라고 강조하고, 브렉시트의 파장을 감안한 유로존 경제 성장률 및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오는 9월 회의에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통화정책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달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유로존 경제에 리스크 요인들을 더했다”며 “하지만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판단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앞서 드라기 총재는 브렉시트가 향후 3년간 유로존 경제 성장률을 0.5%포인트까지 깎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ECB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이후 부양책 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채 0%의 기준금리와 마이너스 0.4%의 예금금리, 그리고 월 800억유로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현행대로 유지했다.
이번 회의 결과는 금융업계 이코노미스트의 예상과 부합하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책자들이 9월 회의까지 실물경기의 향방을 살피는 한편 정책 기조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추가 정보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렉시트 파장 이외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이다.
유로존 주요국의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0% 아래로 떨어지면서 독일 국채의 절반 이상이 ECB의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기존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유지하거나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규정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드라기 총재는 언급을 회피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과 관련해 어떤 세부적인 정책 수단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ECB는 수익률이 예금금리인 마이너스 0.4%를 밑도는 국채는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6개월 이내에 매입 가능한 독일 국채 물량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금융시장 움직임에 대해 드라기 총재는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폭등했던 시장 변동성이 투자자들의 고무적인 저항력으로 진정됐다”며 “앞으로 경제 및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 결과 발표 후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완만하게 하락했다. 전날 1.1017달러 전에 거래됐던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ECB 회의 후 1.1009달러로 내렸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