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 정책자들이 일본과 같은 고민에 빠졌다.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과 값싼 유동성 공급에도 기업의 신규 투자 및 고용이 살아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저금리에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이 해외 자산 매입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
과거 1980년대 일본에 두드러졌던 유동성 함정이 중국에서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 위안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호주뉴질랜드뱅킹 그룹은 22일(현지시각) 보고서를 내고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중국 기업들이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 데 ‘실탄’을 쏟아 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1980년대 후반 이른바 ‘플라자 협정’으로 인한 엔화 강세에 일본 기업들이 취했던 것과 같은 행보라는 주장이다.
인민은행을 포함한 중국 정책자들이 하강하는 실물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통화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신규 설비 투자와 연구 개발 확대, 신규 고용 증가 등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6월 중국의 M1은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24.6% 급증한 반면 M2는 1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정책자들의 목표치인 13%에 못 미치는 수치다.
M1은 일반적으로 현금과 요구불예금만을 포함하는 협의의 통화를 의미하고, M2는 M1에 정기 예금과 적금, 민간 저축 등을 포함한 광의의 통화다.
지난 2015년 중반 이후 M1이 늘어난 주요인은 기업 예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두 개 수치에 커다란 간극이 벌어진 것은 의아한 일이다.
이와 관련, 컨설팅 업체 가베칼 드래고노믹스는 중국 기업의 투자 저하에서 원인을 찾았다. 기업들이 신규 유동성을 확보한 뒤 이를 그대로 보유하거나 금융자산을 매입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서비스와 상품 수요가 위축, 기업의 투자 역시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국의 민간 투자는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불과 2년 전 20%에 달했던 사실을 감안할 때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투자 위축이 가뜩이나 열기를 잃은 경제 성장률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