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와 선진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금값이 올들어 랠리를 펼치는 가운데 월가 억만장자들이 ‘팔자’에 무게를 두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투자은행(IB) 애널리스트 사이에 금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한편 머니매니저들이 하락 베팅을 늘리는 움직임이다.
<사진=블룸버그> |
최근 공개된 헤지펀드 업계의 2분기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상당수의 ‘큰손’들이 포트폴리오에서 금의 비중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금광 업체인 바릭 골드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던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가 지분을 대부분 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베리 로젠스타인이 이끄는 자나 파트너스GLD와 아이셰어 실버 트러스트 상장지수펀드(ETF)를 전량 팔아 치웠다.
또 다른 헤지펀드 업계 거물 존 폴슨 역시 앵글로 골드와 노바골드 지분을 모두 청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장기간에 걸쳐 금에 대해 강세 의견을 유지했던 만큼 이번 지분 변동이 투자자들 사이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금과 관련된 개별 종목과 ETF를 매도한 데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이 사실상 금값 정점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 선물은 연초 이후 무려 26%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관련 종목 역시 동반 랠리했다. 바릭 골드의 주가 상승률은 무려 190%에 달한 상황이다.
월가 애널리스트 역시 헤지펀드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지 게로 RBC 웰스 매니지먼트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최근까지도 금값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지만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매도를 투자자들은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금값이 강한 랠리를 연출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와 전세계 주요국의 성장 둔화, 여기에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등 다양한 변수가 맞물린 결과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연내 금리인상 기대가 높아지면서 금값 상승에 브레이크를 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7일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데 따라 연방기금 금리 선물이 제시하는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상황이다.
TD 증권은 18일(현지시각) 투자 보고서를 통해 금값이 단기에 급등한 만큼 악재에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연준이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경계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고조되면서 금값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TD증권은 판단했다.
헤지펀드 업계의 매도 이외에 최근 머니매니저들 역시 금 선물에 대한 장기 매수 포지션을 축소하는 한편 신규 매도 포지션을 구축하는 움직임이 하락 반전을 겨냥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