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억만장자 투자자와 미국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채권시장을 향해 한 목소리를 내 주목된다.
바닥권에서 정체된 금리가 조만간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가파르게 치솟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연준의 정책 목표치를 크게 밑돌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큰 폭으로 뛸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 |
18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자산 규모 280억달러 규모의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폴 싱어 회장과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채권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해 강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채권 규모가 13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싱어 회장이 이끄는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채권시장의 버블이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채권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날 공개된 투자 보고서에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장기 저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자신감이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채권시장의 붕괴, 혹은 연속적인 붕괴는 갑작스럽고 강력하게, 그리고 엄청난 규모로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관측에 따라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채권을 포함한 전체 포트폴리오에 대해 헤지를 대폭 강화한 상황이다.
헤지펀드 업체는 이와 함께 앞으로 인플레이션의 강한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블룸버그 라디오에 출연한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미국 금리가 가까운 시일 안에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금리 상승이 가파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현 수준의 금리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렵고, 금리가 오르기 시작할 때는 ‘서프라이즈’를 연출하며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 2.27%까지 올랐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최근 1.5%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를 포함한 일부 정책자들이 매파 목소리를 냈지만 금융시장의 금리인상 기대는 지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이날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 경제가 불황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통화 공급과 임금 상승이 가시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유로존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유로존이 무너질 것”이라며 “이미 여러 방면에서 이를 암시하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19개 유로존 회원국이 더 이상 공동통화권에서 존속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진단한 그린스펀 전 의장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인플레이션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국가가 새로운 공동통화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노벨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학 교수 역시 유로존 경제 개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공동통화존의 분리만이 생존법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