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 소식을 접한 주식 펀드매니저의 마음도 폭발했다. 삼성전자를 적게 담아 펀드의 수익률이 지수 상승률을 못따라가더니, 뒤늦게 매수하자마자 주가가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선데다 폭발 사고에 이은 리콜까지 겹쳐 펀드매니저의 고민은 이어질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5월말 130만원에서 지난달 23일 장중 169만원4000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이날 장중 158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 주가가 뛰어오른 6월과 7월 국내 기관투자자 중 투신권은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1564억원, 1801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8월에도 23일 고점을 찍을 때까지 476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주가가 돌아서자 272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뒤늦게 매수에 뛰어든 셈이다.
최근 1개월 기관(그림 왼쪽)과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매 동향<출처:네이버> |
올해 들어서만 삼성전자 주가가 40% 가량 올라, 비싸다는 인식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담지 않아 벤치마크를 못 따라간다는 압박을 견디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담았다.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0.98%로 저조하다. 같은 기간 인덱스펀드는 1.78%로 순항 중이다.
황준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액티브펀드의 경우 평균적으로 삼성전자 비중이 7%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최근 벤치마크(약 18%)를 따라가기 위해 삼성전자를 많이 샀다"며 "하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뒤늦게 담은 기관들은 현재로서 많이 물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삼성전자 주가 추이<출처:네이버> |
더 큰 고민은 지금부터다. 외국인은 최근 계속적으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나올 때마다 차익실현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금이라도 삼성전자를 벤치마크 만큼 채워야 하는 부담이 팽배하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전일에도 그럭저럭 삼성전자 주가가 버텼다는 평가다. 전일에도 외국인은 8만주를 매도했지만 국내 기관은 4만주를 사들였다.
도병원 흥국자산운용 CIO(운용총괄 책임자)는 "우리는 삼성전자를 담지 못 해 고민한 쪽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다른 기관을 보면 아직 충분히 담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벤치마크 만큼 담아야 마음이 편한데, 어제(1일)를 담을 기회로 보고 많이 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고의 여진이 클 경우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의 고민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상무는 "삼성전자 주가가 단기적으로 많이 올라왔다고 본다"며 "갤럭시노트7의 초기 반응이 좋았던 것도 최근 주가에 반영이 됐는데, 만약 리콜이 결정되거나 구조적 결함이 증명된다면 추격 매수보다는 관망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