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전민준 기자]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한진해운 소속 선박들이 전세계 항구에서 발이 묶인 가운데 선주사를 중심으로 줄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영국의 선주회사인 '조디악'은 지난 4일(한국시간 기준) 한진해운을 상대로 용선료 청구 소송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조디악은 한진해운에 360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2척을 빌려주고 있는데, 연체된 용선료가 총 307만달러(약 34억원)에 달한다며 한진해운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선박들이 전 세계 항구에서 압류 또는 입·출항 거부당하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며 "한진해운에 배를 빌려줬거나, 한진해운 소속 선박으로 제품을 운송했던 기업들까지 피해가 발생, 국제소송으로 비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진해운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한진해운 보유 선박(141척) 가운데 48.2%인 68척이 전 세계 23개국 44개 항만에서 입항하지 못하고 바다에서 대기 중이거나 일부 압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항만에서 한진해운 선박에 대해 입·출항을 금지하거나 하역 관련 업체들이 밀린 지금을 지급하라는 등의 이유로 작업을 거부해서다.
현금이 없어 연료유 구매가 막힌 곳도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선주의 권리 행사로 컨테이너선 1척(한진로마호)이 압류됐고, 이집트에서는 1회 70만달러(약 7억8000만원)인 통항료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에즈 운하 통과를 거부당했다. 국내의 경우 경인항과 부산항에서 컨테이너선 7척이 터미널 작업과 도선 서비스가 불가능해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스페인·스리랑카·베트남 등지에서 컨테이너선이 입·출항을 못하고 있고, 벌크선은 동해와 지중해에서 대기 중"이라며 "한진해운은 해당 국가에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Stay Order)을 신청하는 등 대응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물건을 제때 수령하지 못한 화주들까지 소송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운항 차질이 이어지면서 해운업계에서는 선주들의 용선료 소송 외 화주들의 한진해운에 대한 줄소송도 우려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운영하는 컨테이너 120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중 이미 선적된 화물은 41만TEU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40억달러(약 15조6000억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물 수송이 지체되며 화주들 줄소송 '폭탄'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신규 기항지 확대 검토, 현대상선 대체 선박 투입, 수출신고 등 부차적인 대책만 나오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지연되고 있어 이르면 이번 주부터 화주들의 소송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진해운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자 정부와 금융당국 등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정부는 해양수산부가 주도하던 비상대응반을 4일부터 기획재정부·외교부 등 9개 부처가 참여하는 '관계부처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로 확대·개편했고 금융당국은 대주주가 먼저 성의를 보이는 것을 조건으로 추가 자금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 관계자는 "아직 공식제안을 받지 않아 입장을 확실히 정해지 못한 상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