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광고

[ANDA칼럼] 흙수저 논란에 문득…노동의 대가

기사등록 : 2016-09-06 18:25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뉴스핌=이강혁 유통부장] 한 신임 장관의 이른바 '흙수저' 발언이 한창 논란이다. 문득.

이번 논란의 핵심은 아니지만 '노동의 대가'가 오버랩된다.

부모의 부가 사회의 계급을 결정한다며, 씁쓸한 사회상을 반영해 등장한 '흙수저 금수저'의 수저계급론은 요즘 핫한 신조어다.

수저계급론은 구성원의 격차, 즉 사회양극화의 적나라한 자화상이다. 금수저의 지도층이 과연 노동의 신성함을,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의 절박함을 알고 있는지. 이런 의구심을 불러오는 사건이 터져나올 때면 흙수저의 공분은 더 커진다.

침몰하는 한진해운에서도 사건은 있었다. 한진해운호가 격랑에 흔들리며 침몰하는 상황에서 오너인 최은영 회장은 수십억원의 보수와 퇴직금을 먼저 챙겼다. '먹튀' 논란에 불을 당긴 것이다. 한진해운의 거대한 배에 함께올라 격랑과 맞서 싸우던 수많은 임직원들의 박탈감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최근에는 더 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든 일도 있다. 지난 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롯데가(家)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발언 때문이다.

그는 롯데그룹 계열사 7~8곳에 등기임원으로 이름만 올리고 급여 명목으로 연간 약 40억원씩, 10년간 약 400억원의 회삿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검찰 조사 과정에서 "급여가 지급된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4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급여로 받고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그의 발언은 해명이라기 보다는 논란 유발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간 당 최저임금 6050원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하루 8시간씩, 주 7일 근무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40억원을 모으려면 227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2015년 기준 직장인 평균연봉 3198만원으로 계산해봐도 126년이 걸리는 액수다.

이들이 400억원을 모으려면 각각 2270년, 1260년이 필요한 셈. 아르바이트생은 기원전 비잔틴 제국 시대부터, 평범한 직장인은 삼국시대부터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야 400억원이라는 돈을 만져 볼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이 '플래티넘 수저'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서, 그에게 400억원이라는 돈이 그리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해도 "몰랐다"는 해명은 공분을 살만 하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그가 '급여'를 대하는 태도는 크게 잘못됐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검찰 수사가 오너 일가를 대상으로 좁혀지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 "난 일본에만 머물며 한국 롯데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태도다. 급여는 노동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노동은 자기 계발이나 자아 실현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생존'과 '생활'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봉급생활자 대부분은 노동을 하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는다. 그 돈으로 본인과 가족의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받는 것이 이상할 것 없다는 신 전 부회장의 인식은 우리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역시 '플래티넘 수저'로 그의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곧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신 회장이 검찰에서 어떤 말을 할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신 전 부회장처럼 "급여가 들어오는지 몰랐다"고 말할 것 같지는 않다.

신 회장도 일본 계열사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120억원대 급여를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일을 하고' 급여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롯데그룹 측은 "신동빈 회장은 롯데주식회사, 롯데홀딩스, 지바롯데마린스, 롯데리아 4곳에 직함과 역할을 가지고 한·일 두 나라를 오가며 실제로 경영에 참여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소한 차이일지 모르지만 신 회장이 일본 주주총회에서 3연승을 거둔 것도 이런 것이 원동력이 아닐까.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참여하는 일본 주주와 종업원지주회 모두 '일하고 급여를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유통부장 (ikh@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