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인영 기자] 법정관리에 돌입한 한진해운이 정상 운항을 하지 못하면서 미지불금액이 1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한진해운이 선박 등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에 매각한 뒤 서둘러 파산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진해운이 31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결의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진해운에 대한 주도권을 법원이 갖게 된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진해운 본사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7일 금융권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체불중인 미지불금액은 이날 현재 1조원 수준으로, 지난달 말 대비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지불금액은 하역운반비, 용선료, 장비임차료, 유류비 등이 대부분으로, 지난달 말 법정관리 신청 후 영업이 마비되면서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채권단과 정부 등은 한진해운의 미지불금액을 6500억원으로 추산했었다.
이종민 인터오션MS 사장은 "회생절차개시 이후 발생되는 쌍무계약(계약당사자가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가지는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에서 발생되는 빚이 엄청날 것"이라며 "배가 입항이나 하역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떠있기만 해도 비용이 발생한다. 선원 비용과 터미널 하역 및 보관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진해운의 선단과 컨테이너 규모가 많기 때문에 금액은 지금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현재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은 97척으로, 총 선적 컨테이너는 32만5000TEU다. 이 중 정상운항이 36척, 비정상운항이 61척이다. 비정상운항 61척은 공해상 대기 47척, 접안 입출항 거부 12척(가압류 1척 포함), 선주 회수 결정 2척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법정관리 개시 후 발생하는 비용(채무)을 1차적으로 한진해운이 갚아야 하는 데 있다. 회생절차 개시 후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공익채권으로 분류하는데, 이 공익채권은 별도의 감면 없이 전액 변제해야 한다.
그러나 6500억원의 유동성을 마련하지 못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 뒤 발생하는 비용을 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장 물류대란으로 투입해야 될 1000억원도 한진그룹서 지원한 상태다. 1000억원은 컨테이너 상·하역에 필요한 자금으로 대부분 활용될 전망이다.
한진그룹이 1000억원 이외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법원과 당정에서 물류대란을 해소하기 위한 비용으로 추산된 1000억원을 (당정 도움 없이) 우리가 내기로 했다고 보면 된다"며 "나머지 상거래 채무(6500억원)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지금도 늘고 있는 채무를 신속히 정리하기 위해선 남아있는 한진해운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에 매각한 뒤 파산신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방법이 가능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금융위원회와 해양수산부 등 정부와 법원, 채권단과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돈을 집어넣어 억류 또는 압류된 한진해운 선박과 컨테이너를 찾아 영업권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현대상선에 매각해 한진해운이 체납금액을 갚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속도가 느려지면 자산가치가 추락한다. 영업망을 비롯한 무형자산 가치가 떨어지게 되니 시급한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며 "한진해운은 우량 자산을 넘긴 뒤 남은 부채를 파산신청으로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