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 투자은행(IB)이 11월 대통령 선거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와 같은 결과를 재연할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지난 6월 설마 했던 투자자들의 예상과 달리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했던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 ‘설마’ 하는 일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사진=AP> |
최근 세간의 화제로 부상한 폐렴 증세로 인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사퇴를 선언하거나 표심이 급변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지만 두 후보간 여론 조사가 크게 좁혀진 것이 사실이고, 일부 조사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앞서는 정황이 월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일부 IB는 대선 결과에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 이른바 ‘안주’하는 움직임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씨티그룹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예상이 지나치게 강하다고 지적했다. 실상 예기치 않았던 결과가 발생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대선이 불과 2개월도 남지 않은 가운데 주식부터 외환까지 월가 트레이더들이 손에 땀을 쥐는 모습이다.
특히 외환시장의 충격이 클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들썩일 때마다 멕시코 페소화가 하락 압박을 받는 데서 보듯 미국과 무역 비중이 높은 이머징마켓의 통화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후보가 연방준비제도(Fed)의 저금리 정책을 정면 비판한 만큼 그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시장금리와 상품 가격이 큰 폭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키트 저크스 소시에테 제네랄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클린턴 후보의 폐렴 증세는 대선을 코 앞에 둔 상황에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며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경우 대선 이전 국제 무역 동향에 민감한 통화가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과 라보뱅크는 클린턴 후보의 폐렴 증세와 캠페인 취소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신흥국 통화에 대해 하락 전망을 내놓았다.
트럼프 후보의 보호주의 정책이 멕시코와 중국 등 신흥국에 적지 않은 충격을 가할 여지가 높고, 이 때문에 해당 국가의 실물경제와 통화 가치가 하강 기류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 시 환율전쟁이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로 인한 파장이 글로벌 주식시장까지 강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스탠더드 은행의 스티븐 바로우 외환 전략가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와 마찬가지로 대선 결과에 대한 예고가 옵션시장 변동성을 통해 반영될 수 있다”며 “대선에서 ‘서프라이즈’가 현실화될 여지가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