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강력한 성장률이 글로벌 핫머니를 유인하는 것이 아니라 핫머니 유입이 성장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주객전도 현상이 이머징마켓의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을 필두로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로 인해 장기 금리가 추세적인 상승 흐름을 탈 경우 관련 국가가 커다란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다.
달러화<사진=블룸버그> |
19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머징마켓 기업의 역외 자금 조달이 크게 늘어난 한편 단기 금융자산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따른 리스크를 경고했다.
BIS는 해외 자본시장의 접근이 가능한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현지에서 사실상 자금 중개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국내 투기세력들에게 여신을 제공하고, 유동성이 결국 단기 금융자산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신용 사이클이 수축 국면으로 접어들 때 이 같은 유동성 순환이 유지되기 어렵고, 궁극적으로 신흥국 금융시스템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BIS는 강조했다.
이날 보고서에서 BIS는 글로벌 신용 사이클의 변화에 따라 이머징마켓의 해외 유동성 기류가 급반전을 이룰 수 있어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전성이 위협 받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채권 규모가 12조를 훌쩍 넘어서는 과정에 수익률에 목 마른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머징마켓으로 밀려 들었다.
이로 인해 민간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떨어졌고, 이는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BIS는 이머징마켓의 신용 급증이 만기가 몰린 2016~2018년 사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이머징마켓의 핫머니 유입이 생산성 향상 및 성장률 가속화를 배경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수익률에 굶주린 선진국의 핫머니가 밀려들면서 성장률을 부풀리는 뒤바뀐 상황이 영속될 수 없다는 얘기다.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낮을 때 이머징마켓 기업들의 역외 달러 채권 발행이 늘어나고, 변동성이 높아질 때 채권 발행이 꺾이는 현상이 리스크 경고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BIS는 이머징마켓 기업의 역외 자금 조달 가운데 상당 부분이 투기적인 목적에서 비롯됐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심리가 고조될 때 자산 시장에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