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의 IT 관련 펀드로 최근 뭉칫돈이 몰려들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글로벌 주식 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간 점을 감안할 때 더욱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국내외 경기 하강으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가 연이어 금리인상을 보류한 가운데 성장주 섹터로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자 시장 전문가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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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한 주 사이 IT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로 9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규모의 ‘사자’에 해당한다.
애플이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베팅과 무관하지 않다.
무엇보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펀드에서 74억달러의 자금이 유출, 12주간 최대 규모의 매도를 기록한 점을 감안할 때 IT 관련 펀드의 인기몰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은 최근 관련 펀드로 자금 유입이 봇물을 이룬 것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제조업뿐 아니라 소비자 지출 및 서비스업 등 주요 매크로 지표가 대부분 둔화, 3분기 성장률에 대한 전망이 흐려지는 상황은 성장주 펀드의 매입 열풍과 어긋난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9년여만에 첫 금리인상을 단행한 연준은 이달까지 두 번째 카드를 꺼내들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월가는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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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T 섹터의 적극적인 매수 유입은 이른바 ‘수건 돌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관련 종목이 연초 이후 하락 압박에 시달리며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아졌고, 이를 빌미로 시중 자금이 IT 섹터로 몰려들었다는 설명이다.
헤럴드 바이데버그 이글 애셋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증시 전반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고, 섹터 별로 볼 때 고평가된 부분들이 눈에 띄지만 IT 부문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최근 관련 종목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S&P500 지수를 구성하는 업종 가운데 IT 섹터는 3분기 들어 12% 뛰었다. 3분기 기준으로 총 11개 섹터 가운데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가 최근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운 것도 IT 종목의 상승 모멘텀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또 S&P500 지수가 3분기 3.5% 뛴 것도 IT 대표 종목으로 꼽히는 이른바 FANG이 주도한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같은 기간 페이스북이 12% 급등했고, 애플은 무려 20% 랠리했다. 넷플릭스와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역시 각각 5.8%와 16%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 밖에 트위터가 이날 피인수 기대감에 20%를 웃도는 폭등을 연출하는 등 IT 종목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펀드 자금 유입의 영속성에 대해 회의적인 표정이다. 단순한 유동성 로테이션에 따른 ‘사자’가 단기적인 현상으로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가뜩이나 연준의 온건한 정책 기조에 기댄 증시 상승 탄력이 주춤한 데다 대통령 선거와 해외 리스크 등 안팎의 변수를 감안할 때 성장주의 매수 열기가 조만간 한계를 맞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율리우스 바에르 그룹의 크리스토프 리니커 전략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증시 전반에 걸쳐 조정이 나올 것”이라며 “경제 펀더멘터 측면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대선 역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