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지현 기자] 검찰이 수천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는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에게 결국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롯데그룹이 '오너 공백' 상황을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수사로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신 회장의 구속이 현실화될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 문제부터 투자 등 경영활동 전반에 고난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은 26일 오전,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신 회장이 일본 롯데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매년 100억원대 급여를 받은 혐의와 해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경영손실을 계열사에 떠넘겨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 부여·제주리조트 부지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사들여 계열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 등이 있다고 판단했다.
2천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던 중 신격호 롯데총괄회장의 조카 서정림씨(54)가 서류 뭉치를 던지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신 회장은 지난 20일 18시간의 조사를 받고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일부 범죄사실에 대해선 지시나 가담하지 않았고 범죄의도도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검찰의 결정으로 신 회장이 구속되면 롯데가 "사상 초유의 심각한 경영공백을 맞게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실제 검찰의 고강도 수사 여파로 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그룹의 쇄신 작업도 전면 중단이 불가피하게 됐다. 또 화학분야 인수합병, 롯데월드타워 공식 개장, 롯데면세점 사업권 재승인 등 롯데그룹 전반에 걸친 주요 사업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유통부문의 경우 협력사 피해 우려와 3000억원을 투자한 월드타워점의 특허 재취득,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했던 면세사업 해외 진출도 먹구름이 끼었다.
재계에선 롯데그룹의 직·간접 고용 규모가 35만명 수준이라는 점에서 롯데의 사업 피해와 성장동력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고용 위축까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신 회장이 수감될 경우는 일본의 경영관례에 따라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퇴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이사회와 주총 등 절차를 밟아 신 회장을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한다면 한국롯데는 사실상 일본롯데가 경영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롯데그룹은 검찰의 영장청구가 바로 구속으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재판부 결정을 두고 본다는 입장이다. 수사가 끝나면 영장청구 여부를 바로 결정하는 다른 사례와 달리 이같은 경영 공백과 국내 경제 여파를 고려해 검찰이 구속영창을 청구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됐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롯데그룹은 재판부에서 구속을 면할 가능성에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실제 수사팀은 신 회장을 불러 조사를 마쳤지만 한동안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3개월 넘게 수사를 진행해온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수사팀은 롯데그룹이 재계 5위에 해당하는 대기업이란 점에서 총수 구속영장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심도 깊은 토론을 했기에 영장 청구 결정까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수사가 끝나면 영장청구 여부를 바로 결정하는 다른 사례와 달리 4~5일 이상 걸렸다는 것은 검찰 쪽 고심이 많았다는 것"이라며 "영장이 청구됐다고 해서 구속되는 것이 아닌만큼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한 후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각각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신격호(95) 총괄회장,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에 대한 처벌 수위도 조만간 결정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