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과 유럽 투자은행(IB) 업계의 이른바 ‘아시안 드림’이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중국과 아시아 지역에서 IB 부문 1위를 차지했던 골드만 삭스가 10위권 밖으로 내몰린 한편 주요 업체들이 인력 감축을 포함해 비즈니스를 축소하고 있다.
맨해튼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27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아시아 지역 기업 금융 및 투자 금융 부문 경영진을 10여명 감축하기로 했다.
앞서 골드만 삭스 역시 일본 제외 아시아 부문 IB 부문 인력을 25%가량 축소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월가 IB 업체들이 연이어 아시아 지역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다.
초저금리 여건 속에 은행권의 비용 감축 압박이 지속되는 데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 성장 둔화 역시 IB 업체들이 외형을 축소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컨설팅 업체 긘위치 어소시어츠의 폴 탄 아시아 태평양 지역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아시아 금융시장의 자본이익률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주요 IB 업체들이 수익성을 근간으로 엄격한 비즈니스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BofA는 지난 3월에도 아시아 사업 부문에서 15명 이상의 고위 경영진을 감축했고, 이 때문에 트레이딩과 IB 부문 일자리가 150개 줄어들었다.
골드만 삭스는 아시아 투자은행 부문의 인력 300명 가운데 약 75명을 추가 감원할 예정이다. 감원은 홍콩을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상황은 유럽 IB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CLSA는 아시아 사업 부문 증권 및 IB 부문 인력 1500여명에게 비용 감축 차원에서 5~10일의 무급 휴가를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이 같은 조치는 2008~2009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앞서 바클레이즈는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를 철수했고, UBS 역시 특정 인력을 감원한 뒤 수개월 동안 충원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 IB 업체들의 아시아 경쟁력은 최근 수년간 하강 기류를 타고 있다. 지난 2014년 아시아 지역 IB 업계에서 톱5를 미국과 유럽 은행이 석권했다. 골드만 삭스와 도이체방크, 크레디트 스위스(CS), 씨티그룹, JP모간이 선두를 차지했다.
하지만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이후 매년 10위권에 머물렀던 골드만 삭스가 2015년 톱10에서 밀려났고, 올해도 내리막길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IB의 빈자리는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 아시아 지역 시장 점유율이 8%에 불과했던 중국 금융업체들은 상위권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인수 금융과 기업 합병 자문에서 중국 업체들이 6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