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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내 투자하는 가치투자자(value investors)가 올해 신흥시장에서 성장투자자(growth investors)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지난 26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신흥 시장에서는 우량 블루칩으로 성장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성장투자가 대세였지만 올해 들어 이러한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강조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해 신흥 시장에 투자하는 가치투자 펀드는 20%가 올라 같은 기간 전반적인 신흥시장지수 상승폭 15.5%를 앞질렀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신흥 시장 가치펀드가 38% 밀리며 같은 기간 21% 떨어진 성장투자펀드보다 부진한 성적을 거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 실적 개선 타고 대박 행진
일부 전문가들은 가치투자가 빛을 보는 것은 신흥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경기가 실제 확장 국면일 때만 가치투자가 성장투자를 앞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브라질과 남아공 등 지난 몇 년 동안 실적 전망을 거듭 낮춰오던 신흥국 상당 수는 올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기구(IIF)에 따르면 신흥국 기업들의 12개월 실적 전망은 올 들어 현재까지 5%가 개선됐다.
JP모간 신흥국 거시전략가 조지 이와니키는 (신흥국 가치투자) 랠리에 대한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며 자신이 관리하는 펀드도 가치주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적 개선흐름 덕분에 신흥국 가치주 투자로 재미를 보는 자산운용사들도 늘고 있다.
프제나 이머징마켓 밸류펀드(PZIEX)/ GMO 이머징마켓펀드(GMOEX)/브란데스 이머징마켓 밸류펀드(DFEVX) 1년 흐름 <출처=모닝스타> |
자산운용사 GMO LLC와 브란데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프제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대표적 예로, 이들은 신흥시장 펀드로 올해 각각 20%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신흥국 투자자들이 꺼려하는 브라질 대형 석유회사와 러시아 은행, 남아공 화학회사 등 저평가된 주식들을 사들여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브란데스 이머징마켓 밸류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제라르도 자모라노는 신흥 시장에서 가치주 투자는 오랜 시간에 걸쳐 빛을 발한다며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는 올해 28%가 올라 나머지 98%의 신흥시장 펀드들보다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 강조했다.
GMO 이머징마켓펀드는 인도 HDFC뱅크와 중국건설은행, 러시아 스베르뱅크 등 대형은행에 투자해 수익을 올렸고 대만 기술주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주식에도 투자하고 있는 프제나 이머징마켓 밸류펀드는 남아공 사솔과 러시아 가즈프롬 등과 같은 석유회사에 투자해 올해 22%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치투자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성장투자에서 갈아타는 펀드들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씨페러 캐피털파트너스가 가치투자 이머징마켓펀드를 런칭했고 1년 전에는 로우프라이스그룹이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두각을 보인 신흥국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 회의적 시각은 여전
올해 승승장구 중인 신흥국 가치투자를 둘러싸고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실제로 신흥국 시장에서 가치투자자들을 쉽게 찾아보긴 어려운데, 모닝스타에 따르면 245개 신흥시장 주식펀드 중 가치투자 전략을 추구하는 펀드는 9개, 단 4%에 불과하다. 반면 선진국은 좀 다른데, 미국 우량주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28%가 가치투자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투자은행 베어링스 글로벌 주식대표 장-루이스 스칸델라는 “신흥 시장에 가치가 없음은 분명하다”며 “가치를 가지려면 이익과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데 신흥시장은 이 부분이 결여돼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흥시장 기업 주식이 저렴한 것은 그만큼 가치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리거나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경우 이러한 신흥국 기업들의 성장 흐름이 한 순간에 반전될 리스크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신흥시장 랠리가 나타난 것은 확실한 성장세가 바탕이 된 것이 아닌 전 세계적 저금리로 투자 수익률을 찾는 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