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은행(BOJ)의 장기 금리 목표제가 전세계 채권시장을 흔들고 있다.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까지 변동성이 수직 강하했고, 상관관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는 등 불과 2주 전 일본 금융업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동원된 BOJ의 카드가 예상 밖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은행(BOJ) <출처=블룸버그> |
3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BOJ의 장기 금리 목표제 도입 이후 일본과 미국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가파르게 내리 꽂혔다.
지난달 BOJ 회의 전 3.0에 근접했던 미국 국채 변동성은 최근 1.7 선으로 떨어졌다. 변동성은 연초 5.8에서 점차 수위를 낮췄다.
일본 국채 역시 BOJ의 회의 전 4.6에서 최근 2.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의 내재변동성은 BOJ의 정책 발표 당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중앙은행의 부양책 카드가 거의 소진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여전히 시장은 정책 행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주요국 채권 금리가 수렴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토 유스케 미즈호 애셋 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주요국 채권 금리는 앞으로 더욱 한 곳으로 수렴할 것”이라며 “각국 경제가 깊게 얽혀 있는 데다 저금리부터 저인플레이션까지 매크로 경제 상황 역시 서로 매우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주요국 금리가 한 점에서 만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을 이미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전세계 채권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투자등급 채권의 평균 수익률이 1.13%까지 떨어졌다. 이는 사상 최저치와 거리를 불과 0.1%포인트 남겨 둔 수치다.
또 선진국 채권의 절반 이상이 1%를 밑도는 수익률에 거래되고 있고, 0% 아래로 떨어진 물량도 상당 규모에 이른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를 넘어서는 등 지난달 중순 상승 흐름을 탔던 금리가 재차 떨어지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채권 규모가 다시 12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과 일본 국채 금리 스프레드는 최근 1.68%포인트까지 하락, 과거 10년 평균치의 절반 수준으로 좁혀졌다.
최근 채권 수익률 하락과 동조화 현상은 지난달 21일 BOJ가 제시한 새로운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일드커브를 통제하는 데 중점을 둔 BOJ의 전략은 장단기 금리 차이를 확대하려는 의도로 동원됐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인플레이션 상승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로저 브릿지 니코 애셋 매니지먼트 전략가는 “전세계 채권의 상관관계가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며 “BOJ의 정책 결정 때문에 채권을 매도할 정당성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