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E) 효과를 둘러싼 회의론이 크게 고조됐지만 올해 4분기 자산 매입 물량이 사상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정책자들 사이에서도 중앙은행의 부양책이 한계를 맞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지만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외형은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달러화<사진=블룸버그> |
이와 별도로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4일(현지시각) JP모간 자산운용에 따르면 4분기 영국과 일본, 유럽의 중앙은행이 총 506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선진국 중앙은행의 QE 규모가 200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 도입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은 지난 6월23일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늘어나는 추세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 등 각국 중앙은행이 QE를 통해 실물경기 회복에 힘을 실은 것이 사실이지만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등 매크로 지표가 제시하는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사정은 미국 연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새로운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선진국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했다. 이는 앞서 내놓았던 1.8%와 지난해 성장률 2.1%를 나란히 밑도는 수치다. 또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제시했던 3.2%에서 3.1%로 낮춰 잡았다.
IMF는 글로벌 경제의 장기 불황을 경고했다. 이는 올해 하반기 들어 시장의 예상과 달리 QE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일부 중앙은행의 행보와 함께 통화정책에 의존한 경기 부양이 한계를 맞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스티븐 메이저 HSBC 글로벌 채권 리서치 헤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미국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이 지났고,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선진국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가 한계수위까지 불어났지만 정책자들은 이를 멈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대차대조표 축소가 간단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앙은행은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미국 연준이 2014년 QE를 종료했지만 BOJ와 BOE, ECB는 이를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른바 G4의 중앙은행 대차대조표가 13조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씨티그룹은 중앙은행의 자산 총액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이른 것으로 파악했다. 경제 성장은 하강 기류를 타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는 상승 추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국제결제은행(BIS)은 전세계 경제가 과도한 부채와 저조한 생산성 증가율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의 부양책 한계 등 3가지 리스크를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알제브리스 매크로 크레딧 펀드의 알베르토 갈로 대표는 “금융시장의 상승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더 큰 규모의 유동성 공급을 단행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영원한 QE’를 예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는 익명을 요구한 ECB 정책자를 인용, 내부적으로 테이퍼링을 저울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만료일 2017년 3월 이후로 연장될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정책자들 사이에 미국 연준과 흡사한 형태의 테이퍼링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