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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엘리엇 시나리오' 실현 전제는 '중간금융지주 도입'

기사등록 : 2016-10-0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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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금융지주사 허용 공정거래법 개정 관건
현실은 걸림돌 법안만 발의

[뉴스핌=황세준 기자] 삼성전자가 엘리엇이 제안한 시나리오대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중간금융지주회사 허용 등 공정거래법이 삼성에 유리하게 개정되는 게 필수적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금융과 제조의 양축을 담당하는 모습의 지배구조로 개편 중이다.

삼성은 2013년부터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고 화학, 방산 등 비주력사업은 과감히 매각해 제조업 분야를 슬림화했다.

이같은 지배구조 완성을 위해서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분 1%를 매입하는데 약 2조원의 현금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다.

엘리엇이 제안한 삼성지주회사 <레터 첨부자료 캡쳐>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대안으로 유력하게 보고 있다. 엘리엇이 이번에 제안한 것도 이런 방향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상당부분은 사업부문이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를 분할하면 지주사의 지분가치는 상당부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자사주 12.2%를 보유 중인데 회사를 분할하면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12.2%의 사업회사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로 바뀐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소유요건은 상장회사 20%, 비상장회사 40%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공개매수에 나서야 한다. 엘리엇도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사업회사 주주들을 대상으로 공개매수 절차를 실시해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서한에 적시했다.

관련업계는 삼성물산과 오너가가 공개매수에 참여한다면 삼성전자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회사 소유요건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아울러 엘리엇이 제안한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까지 이뤄지면 삼성의 지배구조는 더욱 견고해지는데 이때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엘리엇이 제안한 '통합 삼성지주회사'의 구조를 보면 통합지주사 밑에 삼성전자 사업회사와 삼성생명이 동시에 편제돼 있다. 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 7.4%를 소유하는 구조다.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은 통합 지주회사가 아닌 삼성생명이 소유한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법안은 일반지주회사가 중간에 금융지주회사를 두고 이 금융지주회사가 주식보유를 통해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지주회사 밖에서 계열사 형태로 비정상적으로 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중간금융지주회사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면 궁극적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부문이 합병되면서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삼성전자 사업회사 등 그룹 대부분의 회사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게 되고 지배권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동시에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가 삼성전자 지주회사 지분 일부를 매각할 수 있게 되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등의 지분을 활용해 삼성전자 지주회사 지분을 매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법안(공정거래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 폐기 후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걸림돌이 되는 법안 2가지가 오히려 새롭게 발의됐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주식보유 기준을 상장자 30%, 비상장사 50%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통과할 경우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비용 부담이 커진다.

같은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기업 분할시 분할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에 대해 신주를 배정할 수 없도록 했다. 만일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막히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엘리엇의 제안이 삼성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은 엘리엇의 제안을 신중히 검토한다는 방침이어서 실제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구조인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이 통과되면 엘리엇의 제안대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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