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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환 육원노조위원장 "물에 빠진 한진해운 직원, 조양호 회장이 살려야"

기사등록 : 2016-10-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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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살리되 남는 인력 한진그룹서 흡수해야" 호소
"산은이 한진 인력과 시스템 갖춘 해운사 운영하는 것도 방법"

[뉴스핌=조인영 기자] "낭떠러지 폭포로 가는 배가 있습니다. 누구라도 고함을 쳐 탈출시키지 않으면 다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큰 배가 와서 살려야 하고, 물에 뛰어드는 사람에겐 구명조끼라도 줘서 헤엄치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노조를 설립하게 된 이유입니다."

장승환 한진해운 육원노조위원장. <사진=조인영 기자>

7일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에서 만난 장승환 육원노조위원장은 차분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한진해운 직원들의 생계를 보장해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육원노조는 배에 타는 선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해상연합노조(선원노조)와 선기장협의회(선장과 기관장 등 사관을 통칭)와 달리 육상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주 대상으로 하며, 지난달 말 출범했다.

선원들은 지난 5일 해수부가 고용유지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 고용에 숨통이 트였지만, 육상 근로자들은 지금까지도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다.

장 위원장은 "법정관리까지 가게된 상황에서 가만히 있다가는 회사나 오너가 생각하는 대로 갈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는 반선되고 있고, 볼륨이 줄어들면 직원들은 쫓겨날 수 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지켜내기 위해 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와 오너간 마찰에 피해를 본 직원들이 아무 보상 없이 회사를 나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하는 일은 끝이 있는 일이다. 단순히 월급을 받고 일하는 상황이 아니다. 낭떠러지 폭포 앞에서 누구는 헬기타고 도망가고, 누구는 보트타고 도망간다. 대부분은 떨어질 것이다. 라이프자켓(구명조끼)이라도 줘서 스스로 헤엄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직원들을 살리기 위해 그는 우선적으로 한진해운을 회생시켜 잔류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환배치 방식으로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직원들을 살려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그는 "사원, 대리 등 주니어급은 상당히 좋은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고 한진그룹 스타일을 이미 이해하고 있다.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유능한 직원들을 그룹에서 흡수해 달라"며 "조양호 회장이 신입 직원을 뽑는 대신 한진해운 직원을 데려가기로 판단하면 된다. 상당히 많은 직원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돌려주는 선박을 산업은행서 흡수해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장 위원장은 "더 이상 한진해운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기는 힘들다. 화주들이 많은 피해를 봤기 때문"이라며 "산은도 빌려준 배를 어떻게 할 지 고민이 될 것이다. 현대상선에 주면 고정비가 늘어 마이너스가 된다. 그렇다고 포화시장에서 제 값으로 용선주기도 어려우니 한진해운 직원들과 시스템을 가져다가 'KDB상선' 같은 자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한진해운의 구주와 미주 항로 포기하는 것은 매우 아깝다. 현대상선이 안된다면 산은이 하면 된다. 그런 것 하나 없이 정리하고 반선하기만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해외 법인 주재원에 대한 보호 대책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도가 나면 사장이 잡혀가듯 거기도 마찬가지다. 소송이 들어오면 형사처벌 받을 수 있고, 민사로 출국을 막으면 얼마나 있어야 할 지 알 수 없다. 이 분들에 대한 보호대책을 명시적으로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과 직원들간 소통 부재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배가 기울어 넘어가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정확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지난주 설명회에선 회생계획이 아직까지 안나왔다고 한다. 두 세 달 후 정리해고 들어갈 수 있다. 가만히 있으라 하면 안되고 라이프자켓 입고 뛰어내리라고 결단 내리는 사람이 없다. 고함을 쳐 탈출하지 않으면 다 죽을 수 밖에 없다."

선원 고용의 경우, 반선 시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그는 "한진해운 승조원(한 배에서 함께 뱃일을 하는 선원)은 최고의 실력자라고 자부한다. 한국선원들이 타고 있는 배를 가져다가 외국선원으로 바꾸지 말고 그대로 데려가달라. 회생의 폭을 넓혀야 살아남는 직원 수가 한 명이라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설립 신고를 마친 육원노조는 약 700명의 직원 중 과반수 이상 가입을 독려해 교섭권을 확보한 뒤, 해상노조와 선기장협의회와 연대해 고용 유지 목소리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장 위원장은 "석태수 사장(현 관리인)과 한 번도 얘기해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됐음에도 설명이 없다. 그러면 과연 우리 이야기를 법원에 하고 있을까 하는 신뢰가 없어진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조만간 해상노조와 선기장협의회 대표와 석 관리인 뿐 아니라 담당판사에게 우리의 상황을 설명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저는 이미 이름을 내세웠기 때문에 (회생에) 포함이 안될 것이다. 그래도 나머지 직원들은 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회사 회생이 우선적"이라며 "큰 배를 만들어 직원들 많이 실어주고, 물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구명 보트라도 던져 달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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