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외환 전문가들이 영국 파운드화의 갑작스런 하락세를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영국과 유럽연합(EU) 간 완전한 결별)에 대한 공포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파운드화가 지난 한 주간 브렉시트 이후 최대 낙폭을 보인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파운드화의 구조적 약세를 우려하며 이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다.
파운드/달러 환율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지난 주말 달러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주간 기준으로 4.2% 급락하며 6월 24일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10일 오후 현재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파운드/달러 환율은 전장(뉴욕 기준)보다 0.25% 하락한 1.239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 "파운드화 약세통화되나"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파운드화의 급락세가 지난 브렉시트 이후와는 다른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하락은 단기적으로 영국의 수출 경쟁력 증대를 불러왔고, 수출주 중심의 FTSE100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올려 놓았다. 영란은행(BOE)의 추가 양적완화에 힘입어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고, BOE의 완화 조치는 오히려 해외 자금을 묶어둬 파운드화의 급격한 약세를 제한했다. 브렉시트 이슈가 영국의 금융 여건을 완화시켜줬던 셈이다.
하지만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가 지난 2일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내년 3월까지 리스본 50조 발동을 예고하고, 이에 앞서 이민 제한에 강경한 입장을 내놓자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하드 브렉시트에 따른 파운드화의 영구적 약세 우려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의 EU 단일 시장 접근 제한으로 인한 생산 비용 증가와 고숙련 노동자 유입 제한 등 여러 경제적 불이익 요인들이 영국 경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번진 것이다.
영국 국채 10년물 브레이크이븐인플레이션레이트(BEI), BEI는 동일만기 국채와 물가채 간 금리 차이로 투자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보여준다. <자료=블룸버그통신> |
더군다나 최근의 하락 속도라면 영국의 수입 물가, 집값 급등을 초래해 영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저금리를 통해 경제를 부양하겠다던 BOE의 통화 정책도 손발이 묶이게 된다.
전 BOE 통화정책위원회(MPC) 위원인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파운드화의 급락세에 대해 "BOE가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이다. 이는 영국 경쟁력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다. 따라서 향후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 문제가 아니다"고 블룸버그TV와 인터뷰 했다.
◆ 파운드 급락에 길트채 금리 급등
지난 7일 오전에 발생했던 파운드화 일시 폭락도 이 같은 우려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시간 대 거래 특성상 부족한 유동성, 손절매 등을 이유로 제시했지만, 이날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1% 부근까지 치솟았다. 브렉시트 투표 직후 영국 국채 금리가 바닥을 뚫고 내려가던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4일로 끝난 한 주간 파운드/달러 선물에 대한 순매도 포지션은 약 9만8000계약을 기록해 전주보다 1만계약 가량 늘어났다.
통화별 순매도 포지션(네 번째 열), 파운드화=GBP <자료=인베스팅닷컴> |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이 총리가 2019년까지 EU에서 나가겠다고 계획을 밝힌 이후 매도 포지션이 사상 최대치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미 7일 파운드화 폭락 이전에 파운드화에 대한 약세 베팅 수준이 사상 최고까지 불어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IB들은 파운드화의 추가 하락을 예견하고 나섰다. HSBC의 데이비드 블룸 통화 전략 헤드는 "파운드화 약세가 끝난 것이 아니다"며 "2017년 말까지 파운드/달러 환율은 1.1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파운드화는 순환적인 통화에서 정치적, 구조적 통화로 바뀌었다"며 "(경제) 구조와 정치적 이슈는 파운드화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가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