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파운드화가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 달러화에 대해 31년래 최저치로 밀린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의 영국 자산 매입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내년 1분기 50조 발동 의사를 공식 발표, 투자자들 사이에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공격적인 자산 인수가 두드러진다.
파운드화 <사진=블룸버그> |
5일(현지시각) 로펌 앨런 앤 로버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해외 투자자들의 영국 기업 및 자산 인수 규모가 464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치러지기 이전인 2분기 112억달러에서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영국은 스위스를 제치고 미국에 이어 M&A 자금 유입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연초 이후 M&A 규모 역시 906억달러로 늘어나면서 618억달러를 기록한 스위스를 앞질렀다. 이는 또 프랑스의 342억달러와 중국의 309억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다만 미국에 유입된 M&A 자금 3611억달러에 비해서는 크게 뒤쳐졌다.
앨런 앤 오버리는 보고서를 통해 파운드화 폭락이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 영국 자산의 투자 매력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파운드/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2686달러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 기록을 다시 세웠다. 파운드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5년래 최저치로 밀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영국의 EU 협상이 본격화되기 전 파운드화 약세의 반사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는 2017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투표가 실시된 직후인 지난 7월 일본 소프트뱅크 테크놀로지가 영국 반도체 기업 ARM 홀딩스를 243억파운드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고, 중국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는 영국 사모펀드 업체 테라 퍼마 캐피탈 파트너스로부터 유럽 최대 영화관 업체인 오데온 앤 UCI 세네마 그룹을 5억파운드에 인수하기로 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3개월 사이 파운드화가 14% 급락한 틈을 타고 대어급 M&A가 꼬리를 무는 양상이다. EU 탈퇴로 인해 기존에 유입된 영국 투자 자금이 썰물을 이룰 것이라는 우려와 상반되는 결과다.
이 같은 상황은 영국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투표 직후 급락했던 FTSE100 지수는 18% 폭등했다.
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해외 매출에 크게 의존하며, 파운드화 약세가 관련 종목의 주가에 강한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