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감산 합의 후 투자자들이 유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러시아도 동참 의사를 밝히는 등 감산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1년래 최고치로 올랐다.
10일(현지시각) 런던 대륙간거래소(ICE)에서 브렌트유 12월물은 전날보다 배럴당 1.75달러(3.4%) 오른 53.18달러로 지난해 10월 9일 이후 최고치에서 거래됐다.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은 투자자들이 산유국들이 감산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대륙간거래소(ICE)에 따르면 브렌트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매수포지션은 지난 4일까지 한 주간 24% 증가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상승 베팅도 늘어났다.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크리스티 근방 유전 <사진=블룸버그> |
유가 상승 베팅은 OPEC 회원국들의 하루 약 70만 배럴 감산 합의 이후 증가했다. OPEC 비회원국의 산유량 제한 동참까지 기대되면서 시장은 유가 상승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같은 기대를 부채질 했다. 그는 이날 OPEC 회원국의 산유량 제한에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며 원유 시장 재균형에 대한 기대를 키웠고 유가도 상승폭을 늘렸다.
씽크마케츠UK의 나임 아슬람 수석 시장 분석가는 "트레이더들은 러시아가 공급량을 줄이고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OPEC의 조치에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는 소식을 환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OPEC 감산 합의가 원유 시장의 과잉공급을 줄이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란과 리비아, 나이지리아는 공급량을 계속해서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가별 감산 기준을 놓고 회원국 간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에너지총회에 참석한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OPEC의 감산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드라마틱한 조처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애스펙츠의 분석가들은 "생산 제한에 대한 바람이 실제 합의로 이어지려면 OPEC은 여전히 11월 30일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면서 "이란이 어느 정도에서 생산량을 제한할지를 확정해야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각국이 생산량을 줄이는 기준치를 정하는 것도 큰 과제"라고 진단했다.
시장이 유가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일부 전문가는 감산에 대한 갑작스러운 실망에 시장이 취약해졌다고 판단했다.
ING은행의 함자 칸 원자재 전략 수석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대규모 (강세) 포지션은 시장을 투기적 매도세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