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달 알제리에서 가진 비공식 회담에서 감산 합의를 이룬 가운데 미국 셰일 업계의 헤지 움직임이 뜨겁다.
기대하지 않았던 호재에 국제 유가가 강한 상승 탄력을 받자 리스크 관리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크리스티 근방 유전 <사진=블룸버그> |
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국제 원유 선물 2017년 12월 인도분과 2018년 12월 인도분의 가격 스프레드가 알제리 OPEC 회담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와 동시에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2017년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미결제 약정이 지난 한 주 사이 10% 가까이 급증했다. 2018년 12월 인도분의 미결제약정 역시 6.5% 증가했다.
WTI 전체 미결제약정은 OPEC 회담 이후 6만6000건 증가했고, 회담 결과가 발표된 지난달 28일 뉴욕상업거래소와 런던상품거래소의 원유 선물 거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물옵션시장에서 미결제약정은 투자자들이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한 뒤 전매나 환매 등 반대매매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 만기일 인도나 인수를 해야 하는 상태의 포지션을 의미한다.
지난 한 주 사이 원유 미결제약정이 대폭 증가한 것은 미국 석유 업체들이 적극적인 헤지 거래에 나선 정황을 반영하는 단면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2017년 인도분 WTI는 50달러 선을 넘어섰고, 가격이 55달러에 근접할수록 셰일 업계의 헤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공격적인 헤지 움직임은 유가 전망 측면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OPEC의 감산에 따른 유가 안정 효과가 내년 미국 석유업계의 산유량 확대로 희석될 것이라는 업체들의 전망이 깔린 것이라는 얘기다.
애덤 롱슨 모간 스탠리 상품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미국 석유 업체들이 생산을 적극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셰일 업체들은 지난 5월에도 유가 상승에 최근과 흡사한 헤지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당시에도 2017년 인도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웃돌았고, 업체들이 이 틈을 타 내년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석유 업체들의 2017년 헤지 비율은 16%로, 올해 연말까지 헤지 비중 39%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