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나래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으로 '행정사'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들은 더 손쉽게 행정사로 이직할 수 있어 새로운 '창구 로비스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복수의 대형 로펌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김영란법 시행으로 정부기관을 상대할 때 행정사들을 찾는 기업들, 특히 중소형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김영란법에서 3자를 통한 부정청탁은 제재대상이지만, 공익적 목적에서 행정사를 통한 업무는 합법적인데다 상대적으로 수임료가 비싼 변호사보다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행정사의 업무 영역을 확대하는 취지의 '행정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행정사는 그동안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제출 대행 등의 업무를 수행했지만, 법률 업무 영역인 행정심판 대리권 및 법제에 대한 자문권 등을 부여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이를 반대하는 변호사들과 행정사 간의 영역 다툼이 가열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행정 업무를 대행하는 행정사가 공무원들이 은퇴 이후 제2의 삶을 위한 루트가 되고 있다는 것. 예전에는 '행정서사'로 불렀지만 1995년 개정 법 시행에 따라 명칭이 행정사로 정착됐다. 현재는 행정사 자격 취득자 중 99% 이상은 별도의 시험 없이 일정 경력 이상의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다.
이에 고위공직자의 전관예우로 행정사를 취득해 새로운 로비스트의 창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행자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활동 중인 행정사는 1만여명으로 추산된다. '관피아 논란' 등으로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문이 더욱 좁아진데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대형로펌의 변호사보다 수임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행정사들이 중간 로비 창구로 국회나 공공기관들의 대관 업무를 실제로 수행하고 있다.
올해 직업 관료 출신의 전직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이 뭉쳐 행정사무소인 '알프스'를 열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들은 행정기관 상대 업무, 즉 대관업무 컨설팅 시장의 강자인 로펌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답답한 쪽은 시장 의견을 관계부처에 수시로 전달해야만 하는 관련 업계다. 이미 일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직원들이 직접 공무원을 만나는 방식을 배제하고 로펌의 자문을 받고 행정사에게 업무를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행정사법 개정안은 정부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되고 김영란법이 발효되면서 입지가 좁아진 행정부 관료들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대형로펌 고위관계자는 "최근 부산역에만 가도 행정사무소가 크게 늘었다"며 "법무사의 경우 행정사에 비해 전문 직종이지만 행정심판대리권을 가지지 못하는 점에 비춰봐도 행정사에 전면적 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은 많은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행정사의 업무 영역'에 대해 시각이 곱지는 않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3자에 의한 청탁은 제재대상이지만, 민원 중에 공익목적은 부정청탁 예외규정을 적용해 행정사들이 대신 관련 업무를 활동할 경우 공익민원이 될 수 있다"며 "일종의 청탁업무를 대행을 하면서도 (법에 제재를 받지 않아) 분명히 영향은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 회장도 "행정사의 업무영역이 넓어지면서 김영란법을 피해갈 수 있는 사각지대에 놓일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보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