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원유 수요가 2030년부터 추세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합의를 이루면서 유가가 반등했지만 중장기적인 상승 모멘텀을 확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미국 텍사스주 유전 <사진=블룸버그> |
세계에너지협의회는 17일(현지시각) 보고서를 내고 재생 에너지와 전기차를 포함한 신기술 발전이 앞으로 15년 이내 원유 수요 ‘피크’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OPEC의 감산에 따른 유가 반등 효과가 원유 수요를 저하시키는 구조적 요인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태양열 모듈 생산 비용이 2009년 이후 50% 떨어지는 등 이미 재생 에너지 비용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틸리티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기자동차의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원유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세계에너지협의회는 주장했다.
2020년대 후반이면 하루 수백만 배럴의 원유가 다른 에너지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현재 유전 프로젝트 투자를 뒷받침하는 원유 수요 전망이 틀렸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경고다.
이 같은 의견은 월가에서도 제기됐다. 아문디의 알렉스 블레인 에너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국제 유가의 10년 이상 장기 전망은 흐리다”며 “배터리 기술의 진보를 감안할 때 2030년이면 기준의 자동차는 보기 드문 존재로 탈바꿈할 전망이고, 이로 인한 유가 수요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감산은 지난 2008년과 다르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당시에는 전세계 석유 생산량의 급격한 감소를 의미하는 이른바 ‘피크 오일’에 대한 공포가 컸고, 때문에 감산이 경제적인 관점에서 의미를 지녔지만 8년이 지나는 사이 상항이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주장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20년에 걸쳐 전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데서도 설득력을 얻는다. 이와 동시에 IEA는 재생 에너지 공급 전망치를 큰 폭으로 높여 잡았다.
테슬라의 모델S는 지난 3분기 미국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 3분의 1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했고, BMW7 시리즈와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의 판매 실적을 웃돌았다.
하지만 글로벌 메이저 석유 업체들은 비즈니스 모델과 원유 수요 전망치를 변경하지 않고 있다. 최근 영국 석유업체 BP는 앞으로 20년간 원유 수요가 하루 2000만배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는 전기차로 인한 파장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세계에너지협의회는 석유 업체들이 이미 현실화되기 시작한 난관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 경우 주주와 투자자들이 커다란 손실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