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인영 기자] "국가적인 중요도를 놓고 보면 해운이 조선 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국가의 전략자산인 해운은 강력한 지역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기간 해운업계에 몸 담은 한희승 폴라리스쉬핑 회장의 제안이다. 그는 1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 10차 CEO 초청 해운시황 세미나에 참석해 업계 종사자 및 전문가로서 해운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몇 가지 제안들을 내놨다.
<사진=조인영 기자> |
한 회장은 "지금 한진해운 사태를 보고 아시겠지만 조선과 해운이 국가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이렇게 차이 날 수 있느냐 많이 느끼실 것"이라며 "조선을 보면 수출, 지역 사회 고용, 세수 내지는 투자 때문에 지자체에 속한 정치권의 강한 비호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이 조선 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보면 조선은 대부분은 몰락했지만 해운은 세계 1~3위가 전부 서양이다.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진해운 사태 당시 어느 지자체나 정치인도 해운에 강력한 지원을 보내는 인물이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 회장은 "5달 전 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분위기가 불거질 때 지금이라도 당장 두 회사의 헤드쿼터(본사)를 부산으로 옮겨 투자를 유치하면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것이고 국회의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정책적으로 지원을 받게 되면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지금이라도 전략자산인 해운이 강력한 지역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글로벌 상위 선사들에 비해 혁신이 부족했다고도 밝혔다.
한 회장은 "경쟁력의 완성은 혁신인데 해운은 상당히 그런 혁신에 둔감했다. 지금 머스크 전략을 보면 대형화와 초저속운항으로 보는데, 특히 초저속운항이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범선에서 기선으로 올 때 추진시스템이 풍력에서 기력으로 바뀌었고, 석탄에서 증유로, 터빈에서 디젤로 바뀌면서 대변혁이 일어나며 원가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머스크가 이 경쟁력의 핵심인 퓨얼시스템(연료시스템)을 건드렸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 전엔 디젤 엔진 출력의 50%까지를 낮출 수 있는 한계치로 인식했지만 비교적 간단한 장치를 부착해 15%까지 낮추는 기술을 머스크가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지금 현재도 정기선 출력이 평균적으로 30~35%로 운항하는 것으로 안다. 머스크가 적어도 1년~1년 반 가량 시간을 리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명암이 완전히 갈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운사들과 정부, 연구기관인 해양수산개발원 모두 R&D 등 혁신 분야에 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전문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 회장은 "서양의 해운 CEO들과 얘기해보면 선박의 기술진보, 선박구조, 선박에 관한 사항들을 상당히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런 점이 부족하다. 해운은 결국 선박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업이나 육상 인력만 보더라도 전공 인력이라던 지 그런 분야를 깊게 공부한 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현상들이 결국,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기술진보나 혁신에 떨어지는 원인을 제공했다. 해운사는 물론이고 연구기관이나 정부서도 자체 내부 교육 등을 강화해야 한다. 소위 해운이라는 것은 물가로 가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다시 물로 돌아가는 그런 정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밖에 톤세제 적격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조병호 화이브오션 대표는 "톤세제는 자사선 대비 5배수 이내 용선하는 것으로 돼있다. 우리가 좀 더 경쟁력 있게 해운산업을 이끌어 가려면 국내에 있는 대량 화주 뿐 아니라 외국 대량 화주들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톤세제적격요건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선-해운-금융 중심의 논의에서 화주(산업)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상호 현대상선 상무는 "물류체인 기능을 볼 때 해운이 산업 전반적인 물류성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체계가 무너지면 다른 산업들, 화주들이 영향을 받는다"며 "일본 등의 모델 연구로 실질적으로 해운, 조선, 금융, 산업(화주)를 아우르는 구조조정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