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종반으로 접어든 미국 대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마지막 3차 TV토론이 오는 19일(현지시각) 열렸다.
이날 오후 9시(미국 동부시간)부터 90분간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 대학에서 진행된 3차 토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국제 이슈'를 놓고 격돌을 펼쳤다.
<사진=CBC 방송 캡처> |
◆ "총기 자유 존중" vs "총기소지 규제"
토론의 진행자를 맡은 크리스 월러스 폭스뉴스 앵커는 가장 먼저 대법원에 대한 두 후보의 견해를 물었다.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메릭 갈랜드(Merrick Garland) 판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는 대법원이 미국 국민의 무기 소유를 합법화한 수정헌법 2조를 지켜야 하며, 수정헌법 2조를 지지하는 대법관을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총기 소지권을 포함한 수정헌법 2조를 지지한다고 말하면서도, 여기에는 합리적인 총기 규제가 따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온라인 총기 구매 등에서 법률상의 구멍이 없어야 하며, 온라인 총기 구매에서 총기 구매자 신원 조회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국경 강하게 지켜야" vs "국경 개방"
두 후보는 낙태와 이민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이 달랐다.
클린턴은 "낙태에 대한 선택권을 정부가 아니라 산모가 가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트럼프는 어느 상황에서도 낙태는 용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민 문제서도 트럼프는 "우리는 국경을 강하게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마약중독자들이 유입되지 못하도록 벽을 세워야 한다"며 "클린턴은 미국 국경을 개방해서 앰네스티처럼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클린턴은 "나는 상원의원일 때 국경 안전을 옹호하는 입장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처럼) 불법 이민자들을 국외로 추방함으로써 이민자 가족이 생이별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면서 "국경 개방(open border)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 "NAFTA 재협상" vs "TPP 반대 계속"
경제 및 무역 이슈에 대해서 두 후보는 이전 토론에서 밝혔던 입장을 반복했다.
클린턴은 "중산층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며 "청정 에너지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처할 뿐만 아니라 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도 남성과 같은 급여를 받게 할 것"이라며 "10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후보의 감세 정책에 대해 "미국 국가 부채를 20조달러 늘어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는 "클린턴의 계획대로 한다면 미국 부채는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내가 대통령이 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할 것"이라며 "만약 협상이 잘 되지 않는다면 (캐나다 멕시코 등과) 각자 길을 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현재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장을 위해) 기업들에 대규모 감세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월러스 앵커가 트럼프의 계획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미국의 일자리가 멕시코와 베트남, 중국 등 다른 나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그는 "이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NAFTA에 서명했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클린턴은 황금스탠다드라고 해 놓고, 그러지 않았다고 거짓말했다"고 공격했다.
이에 클린턴은 "TPP의 마지막 버전은 내 시험대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TPP에 대한 반대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성추행 안 했다" vs "불리한 건 다 조작"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논하는 부분에서는 한층 격앙된 발언이 오고 갔다. 트럼프는 총 9명의 여성이 자신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고발한 것에 대해 "그 여성들을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에게 성추행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여성들의 대부분이 거짓임이 드러났다면서,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트럼프가 성추행을 고발한 여성들을 공격했다면서, "트럼프는 무언가 불편한 것으로 궁지에 몰릴 때는 책임을 부인해버린다"고 비판했다.
클린턴은 또 "(트럼프가 쫓아내겠다고 하는) 미국 내 비공식 이민자들이 억만장자인 트럼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낸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는 "클린턴은 월가의 기부자들로부터 많은 돈을 받았기 때문에 법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두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조사하는 주요 언론 등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매체들이 정말 정직하지 못하다"며 "매체가 유권자들의 정신을 독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조작됐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트럼프는 자신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모든 것에 대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CBC 방송 캡처> |
◆ "알레포 공습, 클린턴 탓" vs "레이건 때도 비판만 했다"
클린턴 후보는 "이라크와 시리아에 파견된 미 군대를 더 늘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이라크의 제2도시 모술을 되찾으려는 시도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라크군 주도 연합군은 이슬람국가(IS)가 지배하는 모술 지역 탈환 작전을 시도하고 있다.
클린턴은 이어 "트럼프는 내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이라크 전쟁에 찬성했던 것을 공격하지만, 그 역시도 찬성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알레포에서 일어난 비극은 "클린턴의 잘못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클린턴과 오바마보다 더 과감하고 더 영리하다"며 "미국은 이란을 강력하게 만들고 있고, 미국이 시리아 반군을 지지하고 있으나 실제로 그들이 누구인지는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클린턴은 "트럼프는 레이건 대통령 당시에도 미국 정부를 비판했다"며 그가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 지원 혜택(entiltement)과 미국 부채 문제에 대해서 클린턴은 "나는 미국 부채에 1페니(센트)도 덧붙이지 않는다"며 "나는 언제나 내가 하는 것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과 부유층에 세금을 올려 적절한 부담을 지게 할 것"이라며 "그것이 정당(fair)하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과 저소득층에게 지원을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 "공정한 미국 만들 것" vs "더 강한 미국 만들 것"
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는 클린턴은 "미국을 더 공정하고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나는 모든 사람들이 교육을 받고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나에게 그럴 기회를 달라"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강하고 위대한 나라로 만들 것"이라며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막을 것이며, 클린턴이 10년간 한 것보다 라틴계, 흑인들에게 더 좋은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CBC방송은 "클린턴은 선거가 조작됐다는 트럼프의 공격에 대해 그의 평소 행실을 언급하며 영리하게 처신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방송을 보는 유권자들이 클린턴의 모든 면에 동의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두 후보의 마지막 멘트에서 트럼프의 분노에 가득 찬 발언보다는 클린턴의 발언에 더 많이 설득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통령 후보간 3차 TV토론이 종료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신규 매수세가 유입됐다. 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가장 큰 충격을 받을 통화로 꼽혔던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6주 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됐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