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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채권 자금 썰물 '자금 대순환' 전조

기사등록 : 2016-10-22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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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확대, 인플레 상승 등 채권시장 구조적 악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 현지 통화 표시 채권을 대량 팔아치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달러화 상승 전망이 투자자들의 매도를 부추긴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신흥국 채권시장의 자금 썰물이 이른바 ‘자금 대순환’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풀이하고 있다.

경기 부양의 무게중심이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이전되는 한편 인플레이션이 상승 반전을 시도하자 투자 자금의 구조적인 순환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런던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21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한 주 사이 이머징마켓 현지 통화 표시 채권 펀드에서 7억2700만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올해 1월 셋째 주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 유출에 해당한다. 중국 자본 유출과 글로벌 성장 하강에 대한 공포가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연초 이후 가장 공격적인 투매가 벌어진 셈이다.

미국 연준의 연말 금리인상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높아진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최근 연방기금 금리 선물이 제시하는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70%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금리와 함께 달러화가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번지면서 위험자산에 해당하는 신흥국의 현지 통화 표시 채권의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 이외에 독일과 영국 등 선진국 국채 수익률은 최근 수개월 동안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지난 7월 1.3% 선에서 최근 1.8%까지 올랐고, 독일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났다. 이는 이머징마켓의 채권 투자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다.

조지 마리스칼 UBS 웰스 매니지먼트 신흥국 최고투자책임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전반의 채권 수익률이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다”며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의 한계를 인정한 데다 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 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거시경제와 통화정책 측면에서 금리 상승 압박이 높아지자 지난 1년간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인 신흥국 채권에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가파르게 뛰었던 유가가 주춤하는 상황도 이머징마켓 채권의 ‘팔자’를 부추기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 유가는 지난 8월 배럴당 41.80달러 선에서 이달 초 배럴당 53.14달러까지 뛰었지만 강세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기대에도 유가는 50달러 선을 간신히 지켜내는 모습이다.

채권시장의 매도 공세는 미국 지방채 관련 펀드와 정크본드 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주 미국 지방채 관련 펀드에서 1년래 최대 규모의 자금이 이탈했고, 정크본드 펀드의 자금 유입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 밖에 영국 주식펀드가 자금 썰물을 이뤘다. 지난 한 주 사이 관련 펀드에서 5억1200만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이에 따라 12주 연속 자금 유출을 나타냈다.

영국 증시의 FTSE100 지수는 올들어 13% 급등했지만 파운드화가 사상 최저치로 밀린 데 따라 달러화와 유로화 기준으로는 커다란 손실을 기록했다.

한편 투자 리스크가 높은 신흥국 현지 통화 채권을 필두로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추세적인 유동성 대순환이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일반적으로 채권 투자자들이 정부 부채 증가를 반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 움직임은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 상승 역시 채권시장의 투자 리스크를 높이는 주범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알버트 에드워즈 이코노미스트는 “저성장 기조 속에 채권 금리가 추세적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빙하기’가 종료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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