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고은 기자] 미국 2위 통신업체 AT&T와 3위 미디어그룹 타임워너의 인수합병이 미국 정부 당국의 승인 과정에서 암초에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려 97조원(854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합볍안이 사실상 타결된 가운데, 이번 합병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반대한다고 못박은데 이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 측 역시 보수적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BBC뉴스와 CNN머니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 대선후보와 규제당국이 모두 AT&T와 타임워너의 인수합병안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번 합병은 미국 정부 당국의 규제 승인을 넘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22일 AT&T는 CNN과 HBO 등을 보유한 타임워너 주식을 총 85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사가 합병하면 30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통신·방송 그룹이 탄생한다.
클린턴 진영의 브라이언 펄롱 대변인은 이날 "클린턴은 규제 당국이 (합병안을) 엄중하고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이롭고 건강한 것"이라면서 해당 합변안이 "수많은 의문과 우려사항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결론이 도출되기 전에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될 필요성이 있다"고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지난 22일 연설에서 자신의 정권 하에서는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을 불허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소수의 손에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반독점·경쟁 분과위원회는 오는 11월 청문회를 개최하고 AT&T와 타임워너의 인수합병안 승인을 심사한다. 반독점 분과위원장인 마이크 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향후 중대한 반독점 이슈를 이끌어낼 잠재성이 있어 분과위원회가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CNN머니는 오바마 정부 하에서 최근 규제 망이 촘촘해지면서 일부 대형 합병안이 승인되지 않았다고 제시했다. 미국 주요 이동통신사인 AT&T와 T모바일의 합병이 당국의 불허로 불발된 바 있고, 같은 이통사인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 자원개발사인 핼리버턴과 원유정보업체 베이커 휴즈의 합병, 제약회사 파이저와 앨러간의 합병 역시 무산됐다.
더욱이 오바마 정부의 합병 승인은 빌 클린턴 정부 때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느슨한 수준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오바마 정부의 인수합병 접근법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며 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클린턴 후보는 자신이 선출되면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의 반독점법 집행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랜달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당국이 합병안을 승인할 것으로 믿고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