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지난 분기 홍콩 증시를 7년 만에 최대폭으로 들어 올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중국의 본토 투자자금이 최근 팔자세로 돌아섰다.
국경절 연휴가 끝나고 사자 행렬이 재개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는 반대다. 미국의 금리 인상 임박, 밸류에이션 요인 등이 주된 이유로 제시됐지만 전문가들은 갑작스런 자금 유입 감소와 매도세로 전환에 당황한 모습이다.
24일 미국 금융전문매체 배런스(Barron's)와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달 중국 본토 자금의 홍콩 증시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의 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중국 본토 자금의 홍콩 증시 투자 규모가 80억달러 이상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2014년 후강퉁(홍콩 증시와 상하이 증시 간 교차거래) 출범 이후 월간으로 최대 유입액이었다. 지난주 중국 본토 자금은 11주만에 처음으로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흰색) 중국 본토 자금, 홍콩 주식 순매입 규모, (파란색) 항셍지수 <자료=블룸버그통신> |
◆ 투자자들 "지표, 실적 개선으로 유입 기대"…결과는 반대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 차이(홍콩(H) 중국(A) 동시 상장 종목 기준) 축소와 미국의 금리 인상 임박을 주된 이유로 제시했지만, 이 같은 현상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위의 요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장에서 회자돼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 3분기 중국의 거시 지표 안정과 양호한 기업 실적 기대에 따라 자금 유입이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씨티그룹의 모하메드 아팝하이 아시아 트레이딩 전략 헤드는 "이런 일이 왜 생겼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누구도 본토 자금이 왜 이렇게 급감했는지 그리고 이것이 단기적인 현상인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입 감소에 따라 본토 자금의 거래량 비중도 급감했다. 지난 20일 기준 홍콩 증시 전체 거래량에서 중국 본토 자금의 비중은 7%에 못미쳤다. 지난달 기록했던 17%와 대조적이다.
거래량만 바뀐 게 아니다. 높은 배당 수익률로 본토 투자자의 이목을 끌었던 대형 은행주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지난달 거래량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던 HSBC,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은 이달 상위 랭킹에서 종적을 감췄다.
코어퍼시픽 야마이치의 캐스트로 팽 리서치 헤드는 "이 같은 변화는 아마 중국의 부동산 붐에 따른 부실 대출 가능성으로 은행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 "투기 자금 차익 실현 요인도…선강퉁 임박에 팔자"
이렇게 자금 유입 급감 이유에 대해 뚜렷한 해석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일부 분석가는 본토 자금의 투기적인 움직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본토 자금의 움직임은 위안화 평가절하, 밸류에이션 재료보다 선강퉁(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간 교차 매매) 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선강퉁이 임박함에 따라 일부 투기적 포지션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것.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의 데이비드 쿠이 전략가는 이 같은 분석을 내놓고 "과거 2014년 11월 후강퉁 출범 이전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쿠이 전략가는 최근 본토 자금의 유입이 신흥시장 상황과 밀접하게 움직인다고 진단했다. 신흥시장이 강세를 보일 때 본토 자금의 홍콩 투자도 속도를 냈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앞으로 자금 유입 여부는 신흥시장 상황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란색)MSCI신흥시장 (노란색) 본토 자금, 대차 거래 활용 비율(Utilization ratio) <자료=BAML> |
전문가들은 본토 자금 급감에 따른 단기적 충격을 우려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홍콩 증시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중국국제자본공사(CICC)의 지에 황 분석가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본토 자금 유입의 지속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은 단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 금융주 투자에 조심스러운 견해를 내놨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레이몬드 찬 아시아 태평양 수석투자전략가는 "자금 유입이 회복되지 않으면, 이는 홍콩 증시에 분명히 악재다"며 "앞으로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HSBC 프라이빗뱅크의 축 완 투자 전략가는 "위안화 약세 추세 속에 홍콩 증시는 본토 투자자의 보유 자산 다변화 욕구로 지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