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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배상희 기자] 지난 1년간 중국 부호들의 자산 현금화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와 증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일부 주식처분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고점 매도를 시도해온 부호들이 이어지는 약세장에 적절한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면서 그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호황 속에 주요 현금화 자산인 부동산 처분을 줄인 것 또한 원인이 됐다.
중국 부자연구소인 후룬(胡潤)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6 부호들의 현금화 규모 순위’에 따르면 지난해 7월1일부터 올해 8월15일까지 중국 부호 30명의 자산 현금화 규모는 세전 692억 위안(약 1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통계 당시 규모보다 19.5% 감소한 수치다. 일인당 평균 현금화 금액은 10억 위안(약 1685억원) 이상이었다.
<사진=바이두(百度)> |
◆ 주식 처분 주류, 마화텅 '자산 현금화 1위'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의 자산 현금화 규모는 79억 위안으로 지난 1년간 가장 많은 자산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중국 스마트시티업체 롄허루이캉(聯合睿康∙RECON)그룹의 샤젠퉁(夏建統) 회장과 중국 통신위성업체 신웨이그룹(信威集團)의 양취안위(楊全玉) 회장이 각각 41억 위안을 현금화해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역별로는 광둥(廣東∙9명)성과 베이징(北京∙8명)시 소재 기업인의 현금화 규모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저장(浙江)성, 상하이(上海), 산둥(山東)성의 순이었다.
일반적으로 현금화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상장기업의 주식보유분 또는 배당 축소가 그것이다. 조사 대상인 30명의 부호 중 70%(21명)는 상장기업 주식보유분의 양도 및 축소 등을 통한 현금화를 시행했다. 나머지 8명은 배당 축소를 통한 현금화를 시행했다.
대표적으로 마화텅 회장은 지난 1년간 시가 200여억 위안에 달하는 자산을 처분했다. 그 중 79억 위안은 현금화됐고, 139억 위안은 자선사업에 쓰여졌다.
현금화의 대부분은 보유주식 매도를 통해 이뤄졌다. 올해 들어 홍콩증시에 상장된 텐센트홀딩스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올해 초 주당 140 홍콩달러에 거래된 텐센트홀딩스의 주가는 이달 20일 종가기준 주당 214 홍콩달러까지 급등했다.
마 회장은 지난해 7월부터 지속적으로 텐센트홀딩스의 보유지분을 줄여왔다. 중국 금융정보업체 퉁화순(同花順)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누적기준으로 4890만6800주에 달했던 마화텅 회장의 텐센트홀딩스 주식 보유분은 올해 상반기 2593만8900주를 기록, 지분율이 8.82%까지 축소됐다.
명단에 오른 최연소 기업인인 샤젠퉁 회장은 올해 상반기 자신이 창업한 텐샤커지(天夏科技)의 지분 100%를 화장품 브랜드 상장기업 수어푸터(索芙特∙Softto)에게 41억 위안에 양도했다.
현금화 기업 중 21%는 부동산 기업이었다. 헝다(恒大), 룽후(龍湖), 스마오(世茂) 등 중국 대표 홍콩상장 부동산기업들은 올해 부동산 열풍 속에 일부 부동산을 처분해 현금화했다. 올해 중국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시세차익을 통한 이들 기업들의 현금화 규모 또한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굴지의 부동산기업 헝다그룹의 쉬자인(許家印) 회장이 이끄는 홍콩 상장기업인 중국헝다주식의 지난 1년간 누적 배당액은 33억 위안에 달했다. 이어 쉬룽마오(許榮茂) 회장 일가가 운영하는 홍콩상장기업 스마오부동산그룹의 배당 규모는 25억5000만 위안, 우야쥔(吳亞軍) 회장이 이끄는 홍콩상장기업 룽후부동산그룹의 배당액은 16억5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현금화의 용도는 구체적이지 않으나 투자, 자선사업, 개인용도 등으로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마화텅 회장의 경우 많은 자금을 자선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후룬연구원이 발표한 부호 자선사업 순위에 따르면 마화텅 회장은 139억 위안을 기부해 1위를 기록했다. 주로 사회공익 활동에 쓰여졌다. 천이단(陳一丹) 텐센트 공동창업자는 40억 위안을 기부해 2위에 올랐다. 이밖에 중국 최고 부호인 완다(萬達) 그룹의 왕젠린(王健林)회장 일가 또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후룬연구원의 후룬(胡潤) CEO는 “창업 기업인들의 최종 목표는 자산의 현금화”라면서 “현금화를 시행하는 것은 시장 경쟁 초기단계에서 생존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다음 단계의 신규 사업을 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부호들 주식 고점 매도로 현금화
중국 부호들의 현금화는 중국 증시와의 흐름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부호들의 현금화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의 추이를 비교 분석한 결과, 부호들은 주로 A주(중국본토증시)가 최고점에 달했을 때 현금화를 시도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장에서는 부호들이 주식을 팔고 발을 빼는 시기가 최고의 매도시기라는 말도 나온다.
단적으로 중국증시 호황기였던 지난 2007년과 2008년 대규모 주식축소 움직임이 일었다. 2007년 A주가 6124포인트를 기록했을 당시, 중국증시에서 거대한 주식보유분 축소 움직임이 일었다. 중국증권등기결산유한공사가 2008년 강세장 종식 이후인 2009년 2월부터 7월까지의 현금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주식 축소 규모가 10억주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과 2008년 부호들의 평균 현금화 평균액은 26억 위안과 27억 위안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09년 이후 상하이지수는 3500선에서 1600선까지 떨어졌고, 부호들의 평균 현금화 규모 또한 27억 위안에서 14억 위안으로 감소했다. 이후 2011년 다시 A주 증시가 회복세를 타면서 한차례 주식 축소 붐이 일었다. 당시 부호들의 평균 현금화 규모는 19억 위안 정도였다.
역대 최대 규모의 주식 축소 움직임은 상하이종합지수가 5178포인트를 찍었던 지난해를 전후해 일어났다.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A주는 2000포인트가량 오른 5178포인트를 기록했다. 이 기간 평균 현금화액은 12억 위안에서 28억 위안으로 증가하며 지난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5년 7월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대주주 보유주식 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한 데다 중국 증시가 그 다음해 1월 2638선까지 떨어지면서, 2015년 7월 1일부터 2016년 8월 15일까지 현금화 평균액은 23억1000만 위안으로 2015년보다 감소했다.
[뉴스핌 Newspim] 배상희 기자(b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