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허정인 기자] 우리 경제가 4분기에 더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과 현대차 파업,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에도 부동산 호황, 정부 재정 덕을 봤지만 4분기에는 투자 부진과 재정절벽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소비 위축도 가시화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6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전기 대비 0.7%)를 기록했다.
이는 이달 13일 한은이 발표한 '2016~17년 경제전망'에서 고려했던 전망치와 크게 다르지 않는 수준이다. 당시 한은은 우리나라 경제가 하반기에 전년 대비 2.5% 성장해 연 평균 2.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 조사국 관계자는 "전기 대비로는 전망 숫자를 밝히지 않으므로 0.7%을 예상했는지 확인해 주기 어렵지만, 우리 전망 경로대로 (경기가) 가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전기 대비 GDP 성장률 추이<출처: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문제는 4분기다. 한은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라는 '빅2'의 쇼크에도 불구하고 3분기 비교적 선방을 한 것으로 보지만 4분기 성장세가 3분기만 못 할 것이란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은이 이제까지 밝힌 전망치를 대입해 보면 한은은 4분기 0%대 초반의 성장세를 예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년 대비로는 2%대 초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앞선 조사국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수 년째 게걸음을 계속하고 있다"며 "우리의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0%대 성장률은 더 이상 낯선 숫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마이너스 성장률이 나올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단언했다.
4분기 성장세가 3분기에 비해 가라앉는 이유는 제조업의 수출 부진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데다가 3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추경의 효과를 4분기에는 거의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추경 예산의 80%를 소진한 상태다.
한국은행이 10월 발표한 경제전망<출처:한국은행> |
또한 제조업의 성장률이 7년 반 만에 최저치(전기비 -1.0%)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의 자생력이 약화됐다.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3분기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다.
강준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분기까지 건설투자가 뒷받침을 해줬는데, 4분기부터 건설투자가 빠르게 둔화될 것"이라며 "더불어 구조조정, 김영란법 등 리스크 요인으로 민간소비, 설비투자가 부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해외수요가 반등할 것 같지도 않고, 수출은 정체 내지 둔화 흐름이지 않을까 싶다"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4분기 성장률을 0%대 초반으로 본다"며 "3분기에 재정지출이 많아 4분기에는 그 효과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 재정지출이 3분기에 집중됐기 때문에 그로 인한 기저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경제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는데다가 부동산에 의존한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내년 재정정책의 규모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관측된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미국 재무부도 유례없이 한국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보였다"며 "여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재정확대의 기틀이 마련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