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내년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잿빛 전망이 나왔다. 주식과 채권이 연간 기준으로 동시에 하락하는 일이 약 50년만에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고의 도화선이 된 것은 연방준비제도(Fed)다. 최근 재닛 옐런 의장이 언급한 이른바 고압 경제 정책이 내년 본격적인 파장을 일으키면서 금융시장을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이달 초 옐런 의장은 경제 대침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되돌리기 위해 ‘고압 경제’를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0%를 뛰어넘는 한편 실업률이 추가 하락할 때까지 중앙은행이 개입을 지양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주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준은행 총재 역시 내년 말까지 금리인상을 세 차례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업률 추가 하락과 인플레이션의 2% 상회를 용인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경제 성장에 순기능을 하더라도 금융시장에는 부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번지고 있다.
컨버젝스의 니콜라스 콜라스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경기 과열을 유도하는 정책이 고용 창출과 자본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주식과 채권이 모두 손실을 내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는 채권 투자에 명백한 악재에 해당한다. 주식 역시 고압 경제 정책으로 인해 이익이 늘어나더라도 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매력 저하로 인해 하락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1969년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총수익률 기준으로 8.2%의 손실을 기록했고, 10년물 국채 역시 쿠폰 이자를 감안해 5%에 이르는 손실을 냈다.
내년 미국 주식시장과 채권이 동반 하락할 경우 약 반세기만에 대표적인 전통 자산이 모두 손실을 기록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 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압경제가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따른 자산 버블이 무너질 여지가 크게 고조됐고, 이는 내년 미국 경제에 가장 커다란 위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하버드대학의 마틴 펠드스타인 경제학 교수는 마켓워치의 칼럼을 통해 금융시장뿐 아니라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가계 지출과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게 고조됐다고 경고했다.
미국 가계가 보유한 주식이 21조달러에 이르는 사실을 감안할 때 주가가 역사적 평균 수준까지 떨어질 때 7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고 펠드스타인 교수는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