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전민준 기자] 정부의 조선‧해운업계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31일 정부가 내놓은 방안에는 조선‧해운업의 공급과잉 현황에 대한 분석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조선산업의 경우 세계 선박 발주량이 정체될 것으로 보고 2018년까지 조선 3사의 도크 수를 23% 축소(31개→24개)하고, 직영인력 규모를 32% 축소(6만2000명→4만2000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운은 부실기업의 회생절차를 통한 정리 등 위험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기존에 관련 기업 및 채권단의 자구안에 포함된 내용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또 자발적 구조개선을 위해 인력과 설비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원론적 이야기만 담았다고 지적했다.
◇ 조선업, "이미 알고 있던 내용 다시 한 번 정리하는 수준"
조선업계에서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들어간 시간과 비용이 아깝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조선사별로 비핵심사업과 비생산자산의 매각 또는 분사, 자회사 매각, 유상증자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이미 자구안에 포함된 것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한 데 그쳤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가 현 수주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까지 11조원 규모, 250척 이상의 선박 발주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 워낙 발주가 없으니 대형선이 발주된다면 일부 도움은 될 것"이라며 "다만, 지금 당장 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대우조선을 살려 '빅3' 체제를 그대로 가져간다는 방침을 정하고, 그에 맞춰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업 위기의 근본 원인인 공급 과잉 해결과는 거리가 먼 대책"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밖에 조선3사 부실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받아온 해양플랜트와 관련해서도,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수익성 평가를 대폭 강화해 과잉·저가 수주를 방지한다는 원론적인 대책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 해운업, "골든타임 놓쳤다"
정부의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는 위험 관리체계 구축 외 해운기업 경영 현황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운기업 경영 현황을 수시 점검하기 위해 선사별 업황자료 신고를 의무화하고, 신용위험평가시 신용공여액 50억 원 이상 기업에 대해서는 세부평가를 추진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또 글로벌 해운산업 동향에 맞춰 선사들이 경쟁력 있는 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총 6조5000억원가량의 금융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의 방안이 너무 뒤 늦었다고 지적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
외국선사에는 선박 금융혜택을 그렇게 퍼주더니 한진해운을 망하게 하고 이제서 지원에 나서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내용 없이 시간만 끌었고, 그 책임을 차기 정부에 넘겼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